전국법관들, '코드인사' 비판…법원행정처 "원칙 따라 이뤄져"

법관대표회에서 공개 질의…"인력 수급과 인사 희망 고려한 것"
전국 판사 대표들이 법원행정처에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일부 인사가 기존 원칙에 어긋나지 않았는지 공개 질의했으나 법원행정처는 원칙에 따른 인사였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법원행정처는 11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상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올해 법관 정기인사와 관련한 질의에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에 경향 교류 원칙에 따라 인사를 실시하고 있고 기관장인지에 따라 다른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법원행정처는 또 "질의에서 지적된 인사는 일반원칙에 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당해 연도의 인력 수급 사정과 개별 법관의 인사 희망을 고려해 이뤄진 것"이라며 "인사에 관한 사항인 만큼 개별 인사의 구체적인 사유에 관한 설명은 적절하지 않은 것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법관대표회의가 이번 정기회의를 앞두고 올해 법관 인사가 기존 인사기준 관행에 부합하는지 질의한 데 대한 답변이다. 법관대표회의는 기관장(지원장)으로 근무했던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기관장 재직 직후 곧바로 수도권 법원에 발령한 것이 기존 인사기준에 부합하는지, 2년 넘게 기관장에 재직하는 것이 인사기준에 부합하는지 등을 질의했다.

이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중기(63·사법연수원 14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현 변호사)이 법원장 임기 2년이라는 관행을 깨고 3년 동안 법원장으로 재직하는 등 일부 관행과 다른 인사가 적정했는지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 전 원장은 김 대법원장의 대학 동기이자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맡았던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밖에 김문석(63·13기) 전 사법연수원장과 박종택(57·22기) 전 수원가정법원장도 2019년 상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3년 동안 기관장으로 근무했고, 부산지법 동부지원장을 맡았던 이성복(62·16기) 부장판사가 곧바로 서울중앙지법으로 전보됐다.

일반적으로 기관장에 해당하는 법원장은 2년 이상 근무하지 않고, 기관장 근무 이후에는 수도권에 배치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는데 김 대법원장의 측근 또는 진보 성향 연구회 모임 소속 판사들이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법관대표회의는 또 인천지법원장이 임기를 1년 남겼는데 일선 판사들의 추천 없이 신임 법원장을 임명한 것에 관해서도 설명을 구했고, 법원행정처는 "전임 법원장이 정기인사 직전 사직해 추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시간상 곤란했다"고 답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는 "법원행정처의 답변에 '어떤 방식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졌는지 궁금하다'는 정도의 추가 질문은 있었지만, 법원행정처가 개별 인사에 관한 사안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고 다들 양해를 받아들여 추가 질문이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판사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해 의견을 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회의에 참석한 판사는 "검수완박 관련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총 123명의 판사로 구성됐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총 105명이 출석했다. 함석천(사법연수원 25기) 대전지법 부장판사와 정수영(32기) 춘천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회의에 출석한 법관 과반의 찬성을 얻어 신임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