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은 왜 1조원대 대손충당금을 쌓았나

JP모건의 1분기 이익이 비용 증가,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전년 동기보다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간은 13일(미 동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1분기 이익은 82억 8000만 달러(주당 2.63달러)를 벌어 1년 전의 143억 달러(주당 4.50달러)에 못 미쳤다. 이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2.72달러, 팩트셋 집계)도 밑돌았다. 다만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한 307억2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 305억9000만 달러를 상회했다.총비용은 2% 증가한 191억9000만 달러로 예상과 거의 일치했다. 지난해 1분기 JP모건은 팬데믹 때 쌓아뒀던 대손충당금 42억 달러를 환입해 이익이 많이 증가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손비용으로 14억6000만 달러를 써야 했다. 이 가운데 9억2000만 달러는 향후 대출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이다. 이는 월가 예상치 6억1750만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제레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손충당금의 약 3분의 1은 러시아와 관련이 있으며 나머지는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대손충당금을 쌓는 이유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충격으로 미국 경제에 높은 하향 위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와 기업 재무 상황, 그리고 소비자 지출이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대해 낙관적"이라면서도 "높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앞으로 상당한 지정학적, 경제적 도전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금융 부문에서 수익은 2% 감소, 이익은 57% 감소했다. 신용카드 매출은 29% 증가했고 신용카드 대출은 15% 늘었다. 카드론은 팬데믹 전 수준 이하로 유지되고 있지만, 15%의 증가세는 고객들이 팬데믹 기간 쌓아놓았던 저축을 소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모기지 대출은 1년 전보다 37% 감소했다. 모기지 금리가 치솟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기업 및 투자은행 부문에서는 매출 7%, 이익 26% 감소했다. 이 부문은 최근 런던금속거래소에서의 니켈 선물가격 폭등과 관련 1억2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고 여기에 러시아 관련 손실까지 겹쳐 모두 5억24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JP모건은 지난달 러시아 사업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다이먼은 며칠 전 연례주주서한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 10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트레이딩 매출은 회사채 매각, 기업공개(IPO), 기업 인수 및 합병(M&A) 등이 감소한 탓에 전년도보다 3% 줄었다. 이는 원자재 및 기타 시장의 변동성이 급증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투자은행 부문의 수수료는 31% 하락했다.
상업 은행의 이익은 28% 감소한 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산 및 자산관리 부문은 이익이 20% 감소한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총대출은 6% 증가했다. 지난 2년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이다.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은 12월 말의 1.63%에서 1.67%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순이자 수입은 138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28억9000만 달러)보다 8% 증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