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보화각 7년반 만에 문 연다…문화재 32점 전시(종합)

내일부터 6월 5일까지 '보화수보'전…보존처리 마친 유물로만 구성
권우 '매헌선생문집'·그림 30점 수록된 '해동명화집' 등 공개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립미술관인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이 7년 반 만의 전시를 통해 일반 관람객을 맞는다. 간송미술관은 16일부터 6월 5일까지 간송미술관 보화각 전시실에서 기획전 '보화수보(寶華修補)-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를 개최한다.

이 미술관은 2014년부터 5년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하면서 보화각 전시를 잠정 중단했다.

보화각 전시는 2014년 10월 '추사정화전'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이번 전시 제목에서 '보화'는 보배로운 정화를 뜻하며, '수보'는 낡은 것을 고치고 덜 갖춘 곳을 기우는 행위를 의미한다.

전시명처럼 특정한 인물이나 장르를 조명하지 않고, 보존처리를 마친 문화재 8건 32점을 보화각 1층에서 선보인다.

전시에 나온 문화재는 문화재청이 추진한 '문화재 다량 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보존처리를 거쳤다. 모두 국보나 보물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비지정문화재이며, 그중 대부분이 회화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15일 보화각 옆 신축 수장고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만들어진 뒤 1천 점 넘는 유물의 보존처리를 했다"며 "지정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고, 상태가 좋지 않아 대대적으로 수리한 유물을 출품작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71년 전시를 시작한 간송미술관의 101번째 전시"라며 "보존처리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학술 정보를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보존처리의 중요성을 소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출품작 중에는 권우(1363∼1419) 문집인 '매헌선생문집'(梅軒先生文集)과 석농 김광국(1727∼1797)이 수집한 그림을 모은 '해동명화집'(海東名畵集)이 대표 유물로 꼽힌다.

권우는 정몽주 제자이자 세종과 정인지의 스승이며, '매헌선생문집'은 1452년 간행된 초간본으로 추정된다.

조선 전기에 출간된 개인 문집은 많지 않은데, 이 책의 초간본도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자료로 알려졌다.

해동명화집은 안견 '추림촌거', 심사정 '삼일포', 신사임당 '포도', 원명유 '도원춘색' 등 다양한 그림이 실렸다.

본래 그림 28점이 있었는데, 보존처리 과정에서 조맹부 '엽기도'와 조영석 '노승헐각' 출처가 이 화첩이라는 사실이 확인돼 수록 그림이 30점으로 늘었다.

이외에도 민영익이 묵으로 그린 난 그림 72점을 묶은 '운미난첩'(芸楣蘭帖)과 조선 후기 문인화가 이인상 작품을 모은 '원령희초첩'(元靈戱草帖)이 공개된다.

운미난첩은 표지 뒤에 있던 글씨를 통해 정확한 제작 시기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17세기를 대표하는 화가인 한시각의 회화 '포대화상'(布袋和尙), 김홍도가 완성한 '낭원투도'(閬苑偸桃), 장승업 그림 '송하녹선'(松下鹿仙) 등도 관람객과 만난다.
2019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보화각은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보수·정비에 들어간다.

보화각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미술품 보존과 활용을 위해 1938년 건립했다.

전시 기간에 보화각 2층 전시실에서는 전시품 없이 빈 진열장과 보화각 주변 풍경을 담은 짧은 영상을 볼 수 있다.

백 실장은 "남루하고 초라할 수 있지만, 관람객이 오래된 내부를 보며 간송미술관의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시는 무료다.

관람하려면 간송미술관 누리집에서 예약해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당 70명이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는 25명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 설명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