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언급한 '檢지휘부 국회 출석'에는 "수사 보안 어쩌냐" 비판 박범계 향해 "눈 감지 말아달라"…수사권 조정 참여 검사들도 반대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비판하는 검사들의 단체 회의가 연달아 열리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민주당 주도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심사에 돌입하며 속도를 올리는 만큼 '서초동 시계'도 긴박하게 굴러가는 모양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의 부장검사들은 2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에서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를 연다.
사법연수원 31∼32기에 해당하는 일선 검찰청 선임부장 등 각급 청 대표 50여 명이 참석한다. 청별로 최소 1명에서 최대 8명까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형사사법제도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법안 처리가 성급하게 진행될 경우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 '막내급'들인 평검사들은 이날 오후 7시 서울중앙지검에서 먼저 대표회의를 연다. 약 150명이 모인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회의 내용을 정리해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난상토론 형태인 이날 회의는 20일 새벽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차장검사들은 평검사와 부장검사 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전국 단위 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 내부망에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언급한 수사 공정성 담보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 총장은 출근길에 '검수완박' 대안 중 하나로 "검찰총장이나 고검장, 지검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현안 질의도 하고 답변도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지검 박영진 부장검사는 "정치적 사건 수사 중 국회가 요구하면 매번 수사 책임자가 나가서 수사 사항에 대해 답변하라는 말인가.
수사 보안은 어쩌나"라고 문제제기했다.
김 총장의 대안이 오히려 검찰을 정치에 예속시키는 길이란 비판이 깔렸다.
구승모 남양주지청장은 민주당 출신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입법사항이다'라며 이 법안의 문제점에 눈감지 말고, 최고 법률책임자로서 법안의 문제점들을 국회에 정확히 말씀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장관은 전날 국회에 낸 법안 관련 입장에서 "예상 가능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공백까지 함께 검토하는 입법 정책적 결단의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 내 허리 역할을 하는 부부장검사 52명은 단체 호소문에서 "개정안이 확정되면 그 결과는 대통령님께서 추구하신 '과정의 공정과 정의로운 결과'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있다"며 "국회의 시간을 지나 대통령님의 결단의 시간이 온다면 충분히 논의할 기회를 주시길 간청드린다"고 적었다.
이들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부디 '국민을 배제한 법안'이 '국민을 위한 법안'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의장님께서 중시하시는 '소통', '대화와 타협'의 가치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진 법안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결정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원지애 고양지청 부장검사 역시 문 대통령이 전날 김 총장 면담 후 "입법도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당부한 점을 강조하며 "검사들도 대통령님의 국민이고, 검찰에 수사를 맡기고 싶어하는 국민들도 대통령님의 국민"이라며 "각계의 우려 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청했다.
문재인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참여했던 검사들도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법무부 수사권조정법령 개정추진팀에서 근무했던 김남훈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은 이날 내부망에 "현 정부가 추진했던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하려면, 자치경찰 이원화 모델 등 경찰 개혁 작업을 먼저 완료해야 한다"며 "이후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강구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한 개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수사권 조정 후속조치 TF에서 활동했던 진재선 서울중앙지검 3차장도 "현 정부 검찰개혁의 청사진으로 제시되고 법개정까지 이뤄진 '검찰은 송치사건 수사에 집중한다'는 내용이 왜 1년 만에 전면 폐지로 수정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법안) 강행을 보류하고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통해 국민에 공감대를 얻어 추진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