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빛 받아 암세포·세균 죽이는 안전한 광감각제 개발

중금속·방향족 물질 없이도 산화력 강한 '일중항 산소' 만들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레이저 빛을 받아 암세포나 세균을 공격하는 '광감각제'(Photosensitizer)를 중금속이나 방향족 물질 없이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화학과 권태혁·민승규 교수 연구팀은 친수성 생분해 고분자인 폴리글리세롤을 기반으로 한 광감각제를 개발했다.

광감각제는 자신이 흡수한 레이저 빛으로 주변 산소를 활성산소로 바꾸는 물질이다.

활성산소의 강력한 산화력으로 암세포나 세균을 공격해 죽일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 광감각제를 넣고 레이저 빛을 쏘자 암세포와 세균의 성장 속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감각제는 활성산소 중에서도 산화력이 매우 강한 '일중항 산소'(Singlet oxygen)를 만든다.

다만 일중항 산소를 만드는 광감각제들은 중금속이 포함되거나 물에 잘 섞이지 못 하게 하는 방향족 물질이 포함돼 있어 몸에도 해롭고, 물을 기반으로 한 체액에도 잘 녹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권태혁 교수는 "광감각제 분자 구조에 질소를 넣어 생체 친화 재료인 폴리글리세롤을 주원료로 하는 광감각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질소는 산소와 광감각제간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강한 상호작용 힘을 유도해 광감각제의 전자가 산소로 옮겨가게 한다.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 원자 3개 정도 거리에 해당하는 3옹스트롬(Å·100억분의 1m) 이내로 거리가 좁혀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전자 전달만을 이용한 '스핀플립'(spin-flip) 기반의 새로운 일중항 산소 생성 경로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제1저자인 남정승 박사는 "일중항 산소는 에너지 전달 경로로만 합성된다고 알려져 있던 것과 달리, 개발된 광감각제는 전자 전달 경로를 통해 산소를 일중항 산소로 바꿀 수 있다"며 "에너지 전달 반응을 돕는 중금속이나 방향족 물질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김병수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 골드지'(JACS Au)에 3월 29일 자로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UNIST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