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봐도 좋네" 두 달여 만에 문 연 경로당 웃음꽃

충북 4천210곳 오늘 일제히 재개방…내달 취식 허용될 듯
"윷이네! 한 번 더 던저유!"
25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두 달여 만에 운영을 재개한 청주시 서원구의 한 경로당에는 할머니 5명이 마스크를 쓴 채 둘러앉아 도란도란 윷놀이를 즐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기 전만 해도 일상의 모습이지만 오랜만에 만남이다 보니 더 화기애애했다.

어르신들은 중간중간 손놀림을 멈춘 채 서로의 안부나 이웃 소식을 전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윷놀이 내내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양순(87) 할머니는 "두 달 넘게 보지 못하는 바람에 밀린 이야깃거리가 쌓여 있다"며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고 즐거워했다. 이날 충북지역 경로당 4천210곳이 일제히 운영을 재개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지난 2월 14일 문을 걸어 잠근 지 71일 만이다.

문은 다시 열었지만,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경우만 경로당을 출입이 가능하다. 노래나 체조 등 비말(침방울)이 튈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도 당분간 운영되지 않는다.

식사나 간식 등 주전부리는 당분간 금지된다.
아직은 제한되는 게 많지만, 어르신들은 사랑방이 다시 문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김진희(86) 할머니는 "코로나19로 꼼짝 못 하고 집에 갇혀 TV만 보느라 감옥살이하는 기분이었다"며 "이웃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웃음 지었다.

회장인 홍종원 할머니는 "경로당 개장을 앞두고 어제 회원들에게 청소부터 하자는 문자를 보냈다"며 "모두 문자를 보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20명 중 16명이 참석해 청소와 소독을 하며 운영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혹시 확진자라도 나와 경로당 문이 다시 닫히지 않을지 우려했다.

방문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출입문과 창문을 수시로 열어 활기도 시켰다.

한 어르신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구청장 예비후보가 인사차 방문하자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한 뒤 명함만 받고 돌려보내기도 했다.

청주시는 코로나19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경로당 운영을 완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상황이 안정되면 다음 달 중순 무렵 취식 등도 허용할 예정"이라며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종이접기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