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론 악화에 검수완박 중재안 '제동'…"부패완판 입장 여전"(종합)

원내 고육책 평가 뒤 기류에 변화…"여론 위중하다 판단"
권성동, 尹과 조율 속 재논의 필요성 거론…내홍 우려 해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5일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사실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해석됐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의 원안 처리를 저지하고 검찰의 부패 수사를 위해 시간을 벌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분위기였으나, 급격한 여론 악화에 기존 합의를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며 "거대 여당이 국민이 걱정하는 가운데 입법 독주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지난 22일 여야 합의 직후에는 중재안 수용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고육책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원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다는 깊은 우려와 함께 중재안에서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한시적으로나마 허용하기로 한 데 대한 평가가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말을 거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당내 반발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자 우려를 표명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한다.

이는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민심 동향에 예민하게 반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합의 파기를 문제 삼을 경우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내린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이 전날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70%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검찰을 박차고 나온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아무리 현실적 고려를 했더라도 이와 배치되는 법안 통과를 용인하는 것이 통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권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 말을 아꼈으나, 지금은 여론이 상당히 위중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 "더 이상 입법 추진은 무리"(이준석 대표), "많은 국민이 분노한다"(안철수 인수위원장) 등의 지적이 분출하는 가운데 한때 내홍이 우려됐다.

특히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상반된 입장을 보여 '윤심'의 향배가 주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권 원내대표가 한발 물러서면서 갈등 소지는 해소된 모양새다.

윤 당선인과의 물밑 교감을 통해 발언 수위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당사자였던 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민 여러분의 우려와 비판의 말씀을 겸허히 새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범죄,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모을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 공감하며 "(법안을) 재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오늘 최고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인수위 사무실에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만나 민주당과의 재협상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윤 당선인을 만났나'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법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당내 상황이 자체적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를 고려해 일단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현진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당선인이 한 정파의 입장에서 국민께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국회 논의 사항에 대해 일단 당선인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주변에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에 사표를 던짐으로써 내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나 정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윤 당선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자진사퇴하면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면 부패가 완전히 판을 치게 될 것이란 뜻으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