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유독가스 퍼지고 식수 오염…환경 피해 수십년 갈 수도"

WSJ "키이우·하르키우 등 이미 상당수 오염…인접국도 영향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기·물·토양 등 환경 오염 피해가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미국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오염 상태를 파악 중인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액션'에 따르면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에서 오염 장소가 상당수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환경부에 따르면 서부 도시 테르노필에서는 비료 저장고가 파괴된 뒤 인근 강물의 암모니아와 질산염 농도가 정상치보다 각각 163배, 50배 높게 검출됐다.

최근 러시아가 중화학 공업지대인 동부 전선 공세에 집중함에 따라 이 지역의 화학공장, 탄광, 정유공장 등이 공격받고 있는데, 탄광이 훼손되면 인근 주민들의 식수원인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 대형 화재가 일어나면 유독가스 배출 우려도 커진다.

폭격 등에 따른 폭발·화재·건물 붕괴와 이로 인해 배출되는 중금속, 유독가스, 시멘트먼지, 석면 등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인접국들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게 WSJ 설명이다.

군용 차량이 내뿜는 매연도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우크라이나 저수지 수백 곳에 광공업 활동에 따른 폐수 60억t 가량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들 시설이 파괴돼 폐수가 인근 토양과 강을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다.

네덜란드 구호단체 팍스(PAX) 관계자는 침공으로 댐 등 수자원 시설 10여곳이 공격받았고 이로 인해 폐수가 그대로 강으로 방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오염을 정화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암과 호흡기 질환 발병, 아동 발달 지연 위험 등이 커질 수 있다는 환경·보건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다.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조사관 약 100명을 동원, 오염 우려 지역의 토양과 물 표본을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교전으로 다수 지역에 접근할 수 없어 전체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호단체 팍스, 영국 자선단체 갈등·환경 관측소(CEOBS), 환경단체 에코액션 등 비정부기구 차원에서도 오염 장소에 대한 파악을 진행 중이다.

이들 단체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목격자 게시물을 인공위성 사진 및 구글어스 지도와 교차 검증해 각각 발전소와 군사시설, 정수 처리장 등 100여 곳의 오염 장소를 파악했다고 WSJ은 전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관계자는 "우리는 거대한 환경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