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내달 미-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불참키로

"대선 직후라 부적절…차기 정부 수용못할 약속 할 수도"
친중국 행보 두테르테, 아세안 중국 견제 방안 의제에 부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담에 불참한다. 28일 ABS-CBN, CNN필리핀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녹화 방송된 연설에서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이 5월 11~13일이라는 점이다.

그때에는 선거가 끝나고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가 드러나는데, 내가 미-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백악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달 12∼13일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과 특별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에서는 오는 9일 대통령·부통령과 함께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을 비롯해 1만8천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진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게다가 그 정상회담이 실무적인 회담이라면 합의나 약속이 나올 텐데, 그 자리에 내가 있다면 다음 정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며 불참 결정의 배경을 부연했다.

두테르테는 지난 4일 특별정상회담 초청장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당시에는 수락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ABS-CBN은 보도했다. 자신이 강력하게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을 인권 유린이라며 강하게 비난해 온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온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후 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는 미국과 거리를 두는 대신 중국과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 미-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서는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방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그리고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두테르테 대통령 외에 미얀마 쿠데타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도 '배제'될 것이 확실시돼 정상회담에는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8개국 정상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