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부총리 후보자, 잇단 의혹에 자진사퇴…윤석열號 첫 낙마(종합2보)

후보자 지명 20일만…'아빠찬스', 회계부정·불통행정 등 잇단 자질 논란
"어떤 해명도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당선인께 죄송·국민께 사과"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처음으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낙마했다. 지난달 13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차려진 여의도 교육안전시설원 건물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출범을 1주일 앞둔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사퇴한 인물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지명된 직후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다.

부인과 아들·딸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 혜택을 누렸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고 한국외대 총장 시절 '금수저 학생 조사' 논란, 교육부 감사에서 징계를 받은 전력, 군 복무기간과 석사학위 기간 중복, 논문 표절 의혹 등도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주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죄송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와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가 받은 의혹 중 '온가족 풀브라이트 수혜' 의혹이 가장 큰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시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가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을 받은 것과 더해져 '아빠 찬스' 논란은 증폭됐다.

김 후보자는 1996∼1997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했고, 2012년 1월∼2015년 12월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지냈다.

동문회가 주축이 돼 만든 한미교육문화재단 이사로도 재직중이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 이모 씨는 숭실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4∼2005년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미국 템플대에 교환교수로 다녀왔다.

딸은 2014∼2016년 코넬대 석사과정, 아들은 2016∼2018년 컬럼비아대 석사과정 당시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이외에도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 총학생회와 갈등을 빚고 학생들을 향해 '막말'을 해 '불통 행정' 지적이 나왔으며 군 복무 기간과 석사 기간이 겹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한국외대 총장 시절 미국 출장에 아들을 동행했다는 의혹, 제자 성추행·성희롱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교수를 장기근속을 이유로 포상했다는 논란, 교육부의 회계부분감사에서 '미허가 BTO(글로벌홀 기숙사) 사업추진' 등 5건으로 경징계를 받았다는 지적 등도 잇따라 나왔다.

가장 최근에는 김 후보자가 심사한 제자의 박사 논문을 사실상 표절해 학회지에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잇단 의혹 제기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교육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을 통해 일부 의혹에는 적극적으로 반박했지만,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설명을 내놓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는 이날 사퇴를 표명한 자리에서는 그간의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나가는 길에 마지막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김 후보자의 사퇴 이전에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불미스러운 의혹 속에 낙마하거나 취임 직후 사퇴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앞서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낙마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취임한 지 불과 13일 만에 사퇴한 바 있다.

각종 의혹 속에 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새 정부는 그동안 내세워 온 '공정' 기조에 타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출범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통과시켜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존치 문제를 비롯한 고교체제와 교육과정, 대학 자율성 강화, 지방대 등 고등교육 혁신 등 시급히 검토·추진해야 할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