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새로운 세상 만들자"

클라우스 슈밥·피터 반햄 공저 '자본주의 대예측'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5년 동안 세계 경제는 급격히 성장·발전했다. 그러나 세상은 지금 두 가지의 극단적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오늘날처럼 부유했던 적이 없을 만큼 절대적인 부와 평화의 시대를 누려왔지만, GDP(국내총생산)로 대변되는 경제 시스템은 부의 크기만큼이나 복잡다단한 부작용도 함께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 사이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철저하게 투자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이 개념은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을 고를 때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런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지배 구조를 갖췄는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세계대전 이후 세상을 지배한 경제 체제는 어떤 성공과 실패를 기록했고, 이제 그 방향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가 불러오는 함정을 피하며 그 장점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과 지구, 그리고 그 지속적 진보를 위해 작동하는 글로벌 경제의 구축 방법은 뭘까?
일명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기업이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론을 최초로 제안해 주목받았다. 그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가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해법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새롭게 내놓는다.

세계경제포럼의 국제미디어위원회 피터 반햄 위원장과 함께 쓴 '자본주의 대예측'은 위기에 직면한 세계 경제가 헤치고 나아가야 할 해법을 모색해 진지하게 들려준다.

이를 위해 슈밥 회장은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 시스템을 지배해온 '주주자본주의'와 '국가자본주의'의 흐름을 들여다보며 둘 다 전례 없는 부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직원, 지역사회, 협력업체, 정부, 환경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지구촌 세계는 이른바 선진국을 중심으로 더 나은 부를 향해 줄기차게 내달려왔다.

코로나19 위기가 엄습하기 이전에도 소득 불평등, 높은 국가 부채, 대기업의 과도한 지배력, 천연자원의 착취와 고갈, 환경 파괴 같은 위기를 숱하게 겪었다.

슈밥 회장은 이대로 가면 지구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자신이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수용해 포용적이고, 건강하며, 더불어 번영하는 친환경의 세상을 건설하자고 권고한다.

이를 위해선 이기적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 시스템이 아닌, 지구와 모든 사람을 돌보는 사회와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경제활동에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견제와 균형이 존재하는 이 시스템은 어느 일방이 지나치게 지배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책은 세 개 파트로 이뤄졌다.

제1부 '우리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세계대전 이후 주주 자본주의의 성장, GDP 위주 경제성장 측정의 문제점, 사회 분열 현상 등을 다루고, 2부 '경제 시스템의 발전과 퇴보의 역사'에서는 급속한 세계화, 비약적 기술 발전, 그리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짚어본다.

이어 3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미래 세대를 위한 시스템 개혁'에선 기업만을 위한 자본주의 황금기는 이제 끝났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역설한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개인 등 각 주체가 취해야 할 방향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설명하며 각국의 시범 사례를 소개한다.

슈밥 회장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 지 벌써 2년이 됐다.

그는 2020년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서 난관에 처한 현재의 시스템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 기업, 개인이 모두 참여하는 전체적인 대응, 그리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지금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단기적 이윤 극대화, 세금 및 규제 회피, 환경 피해의 외면과 같은 이기적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 체제는 계속될 수 없다.

이제 모든 사람과 지구 전체를 돌보도록 설계된 사회, 경제 국제사회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50년간 서구에 팽배했던 '주주자본주의'와 아시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국가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
한편, 세계경제포럼의 연례 회의인 '다보스 포럼'은 오는 22일~26일 스위스 다보스-클로스터스에서 '협력, 신뢰 회복'을 주제로 진행된다. 김미정 옮김. 메가스터디북스 펴냄. 440쪽. 1만9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