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시대 개막] ⑤ 집무실 北미사일·드론·장사정포 방어책 있나

주변 고층건물에 대공포 추가배치 불가피…'한강앞' 對드론체계 구축 시급
靑 인근 패트리엇 재배치도 검토…이종섭 "용산이 미사일 방어는 더 유리"
비행금지구역 조정 결론못내…서초동·용산 주변 '60일 임시 비행금지' 설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용산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청와대 경계에 특화돼 있던 기존 방어·경계·감시체계가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집무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특정경비지구에 있는 무기체계와 감시장비 등을 용산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특히 그 일환으로 용산 일대의 고층 건물 및 군사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공포 설치를 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은 지난 3월 20일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할 당시 "용산은 현재도 국방부와 합참 등 군사시설 방어를 위해 대공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용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주변 아파트에 추가로 방공포대를 설치하는 일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국가원수 집무실이 통째로 위치를 옮겼다는 점에서 취임 후에도 경호경비 및 방어체계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군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용산 집무실에 대한 '적 위협 분석'을 재평가하고 있다"며 "위협 분석 재평가 결과에 따라 무기체계 조정 및 추가 보강도 있지 않겠나"라고 여지를 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인 패트리엇 포대 일부도 위치 조정이 검토되는 것도 이런 위협 분석 일환이다. 패트리엇은 청와대 인근을 포함해 수도권에 4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이와 관련,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현재 청와대 앞 포대는 재배치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나머지 기존 3개는 현 위치 그대로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사일에 대한 방어 같은 경우 오히려 현재 청와대 위치보다 용산 지역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시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비해 '한국형 아이언돔'을 용산 집무실 인근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9년께로 예상되는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완료 시기에 맞춰 이 무기 체계의 유도탄 발사대를 집무실 일대를 중심으로 배치하는 방안이다.
군과 경호처 입장에서는 용산 집무실 앞을 가로지르는 한강도 경호경비에 있어 적잖은 골칫거리다.

당장 한강 항로의 경우 민간 요트나 선박 등의 접근이 안 되도록 항로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군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띄우는 드론도 감시 및 경계 대상이다.

드론에 소형 폭발물이나 방사성 물질을 매달아 테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군과 경호처에서 집무실 주변의 대(對)드론 방어 및 감시체계 구축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종섭 후보자는 "드론 같은 경우는 한강에서 드론 택시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드론의 숫자가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드론 같은 경우는 대드론 체계가 실시간대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되고, 레이더도 개발되고 있어서 좀 더 보강된 구축을 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무실 이전 발표 초반부터 논란이 된 'P73 비행금지구역' 재조정은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로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기존에는 청와대를 기준으로 P73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P73A, B 구역으로 나뉘는데 A는 청와대 기준 반경 2해리(3.704km), B는 반경 4.5해리(8.334km)다.

용산 일대와 한강 이남은 제외돼 있다.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항공기 등이 B구역에 진입하면 경고사격을, A구역에 진입 시 격추하는 게 원칙이다.

P73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설정돼 있고, 대공방어 체계가 구축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비행금지구역이 지금 상태로 그대로 '남하'하게 되면 김포공항을 오가는 국내 항공편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강남 일대까지 포함되므로 불필요하게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수위가 지난 3월 발표 당시 "비행금지공역은 드론 대응 사거리를 고려해 2해리(노티컬마일·3.7㎞)로 축소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됐다.

그러나 이후 논의 과정에서 인수위와 국토교통부, 군 등 관계 당국 간 이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토부는 우선 오는 9일부터 약 60일간 용산 집무실 반경 2노티컬마일(3.7㎞)을 한시적 비행금지구역인 '노탐'(NOTAM)으로 설정해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탐은 일종의 '안전운항을 위한 항공정보'로, 안전한 운항을 위해 당국이 조종사 등 항공 종사자에 보내는 전문 형태의 통지문을 말한다.

윤 당선인이 당분간 출퇴근할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반경 1노티컬마일에도 노탐이 설정됐다.

표면적으로는 집무실 이전이 '일사천리'로 완료됐지만, 비행금지구역 조정과 무기체계의 재배치 등은 하루 이틀 사이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세팅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집무실 이전 검토 과정에서 경호대책 등이 제대로 검토가 안 된 채로 급히 추진된 데 따른 결과"라며 "차기 정부가 '낮은, 열린 경호'를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기존 청와대와 같은 수준으로 용산 집무실의 방공체계를 구축하려면 보안기지 등이 시내 한복판에 들어오게 되므로 시민 불편을 오히려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