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위협에 돼지열병까지…伊로마, 멧돼지 대규모 도살 검토

북서부서 처음 발병한 돼지열병 로마까지 남하…"이참에 개체 수 줄이자"
수시로 주거지역에 출몰하는 야생 멧돼지 떼로 골머리를 앓는 이탈리아 로마시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을 계기로 대대적인 '도살 작전'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10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에서는 지난주 시 외곽 한 자연보호구역에서 죽은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된 데 이어 전날에도 ASF 의심 사례 2건이 보고됐다.

올 초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피에몬테주에서 처음 확인된 ASF의 확산이 현실화한 것이다.

리구리아·피에몬테에서는 이미 110건이 넘는 ASF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ASF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출혈성 전염병으로 전염·치사율이 매우 높다.

사람은 감염 우려가 없고 돼지·멧돼지 등에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돈업계에 궤멸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ASF가 중부지역까지 전파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탈리아 대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멧돼지 떼 문제와 씨름하는 로마시의 위기의식은 크다.

그렇지 않아도 시 외곽에 대규모로 서식하는 멧돼지가 수시로 주거지역에 출몰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주민을 공격하는 등의 문제로 골치를 앓는 터에 ASF 사태까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시 당국은 ASF 검출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을 '레드존'으로 지정해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한편 멧돼지가 먹이를 뒤지는 주거지역 쓰레기통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등의 임시방편 조처를 취했다. 하지만 시 안팎에서는 이참에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 당국은 중앙정부와 협의 아래 대규모 도살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로마가 속한 라치오주 당국자는 전날 공영방송 라이(Rai)에 출연해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드레아 코스타 보건부 차관도 "멧돼지가 도시와 공원, 주거지역에 침입하고 있다"며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선별적 도살 계획을 고려할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230만 마리의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로마를 포함한 라치오 지역에 10만 마리가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