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스 운동화 사려고 오픈런을?"…5000명 몰렸다

80년대 인기 프로스펙스 운동화
'한정판 마케팅'으로 다시 돌아온다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려고 오픈런을 한다고?”

프로스펙스가 출시한 한정판 운동화 ‘마라톤 220’를 사기 위해 200여명이 매장 앞에서 기다리자 국내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프로스펙스는 한 때 88 서울올림픽을 후원하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스포츠 브랜드였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를 겪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프로스펙스의 로고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프로스펙스는 최근 한정판 마케팅을 펼치면서 패션업계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프로스펙스가 1970년대 풍의 운동화 200켤레를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자 5000여명의 응모자가 몰렸다. 여의도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 앞에는 이 신발을 사려는 소비자 몰려 차례를 기다렸다. 나이키나 등 해외 브랜드의 한정판 상품을 사기 위해 ‘오픈런’이 일어났던 적이 있으나 국내 토종 브랜드의 신발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인기를 끄는 ‘뉴트로(New+Retro)’ 트렌드를 선보인 게 인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프로스펙스는 1970년대 후반 미국 보스턴 시티를 중심으로 전개했던 스펙스(SPECS)의 오리지널 제품들을 재해석한 ‘오리지널 스포츠’ 신규 라인을 출시해 MZ세대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프로스펙스 관계자는 “마라토너 데이브 맥길리브레이가 1978년 미 대륙 횡단 시 착용한 러닝화 ‘마라톤 220’을 요즘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200켤레만 한정 출시했다”며 “브랜드의 오랜 역사를 기억해주는 소비자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MZ세대에게 ‘래플(추첨을 통한 구매자 선정 방식)’ 방식을 선택해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프로스펙스는 카타르월드컵·아시안게임이 잇달아 열리는 스포츠의 해를 맞아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국내 4대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야구, 축구, 배구, 농구를 전부 후원한다. 지난해 GS칼텍스서울Kixx배구단과 프로농구구단인 LG세이커스를 후원한 데 이어 올해는 프로야구구단 LG트윈스와 프로축구구단 FC서울 등 4대 인기 스포츠 종목의 스폰서로 나섰다. 프로스펙스는 전국 BMX(자전거) 유소년팀 후원을 시작으로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패션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다양한 오프라인 대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스포츠웨어를 둘러싼 패션기업 간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