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고승범 금융위원장…가계부채 안정에 기여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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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저승사자' 역할 다해…가상자산 제도화
대출 만기·상환 유예 연장…소상공인 등 취약층 금융 안전판 유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가계부채 저승사자'로 불리며 가계 대출 규제에 사활을 걸었던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조만간 물러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시절 '매파(긴축적 통화 정책 선호)' 성향을 보였던 고 위원장은 9개월간의 짧은 재임 기간에 폭증하던 가계 부채를 안정시키고 소상공인 등 취약층에 대한 금융 지원, 무질서한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의 제도화 등에 역할을 했다.
◇ "가계부채 저승사자 별명 받아들인다"…그물망식 관리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고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8월 가계 부채는 유동성 팽창, 주택 가격 상승과 맞물려 부풀어 오르는 풍선 같았다.
지난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천760조원에 달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해 7월에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했지만 가계 부채의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그해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9.5%나 늘어 당시 추세라면 가계대출 증가율이 연간 8∼9% 수준까지 치솟을 상황이었다. 이때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고 위원장은 대출 총량제를 강력히 시행하면서 시중 은행들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이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해 대출 예정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에 대해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금융위원장의 별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라고 말할 정도로 엄격하게 가계부채를 관리했다. 가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에 대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폭증한 가계부채와 이로 인한 자산시장의 거품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해 10월에는 DSR 규제의 조기 시행 방안 카드를 꺼내 들고 제2금융권의 DSR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조이기가 더욱 강화됐다.
각종 대출 규제에다 지난 1월부터 총대출액 2억원 초과시 DSR이 적용되고 금리마저 인상되면서 가계 대출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연속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총량 관리가 무의미해졌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고 위원장의 가계 부채 대책에 대해 "가계부채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어 관련 대책들이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면서 "총량 규제와 DSR 규제 강화는 가계 부채를 진정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 가상자산 제도화…취약층에 금융 안전판 제공
주변의 우려에도 가상자산 제도화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를 의무화한 특정거래금융법(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지난해 9월 말부터 유예 없이 바로 적용에 나섰다.
4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외한 수십 곳이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 받지 못해 줄폐업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으나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거래소들의 영업 종료로 인한 시장 혼란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이용자들의 피해 가능성은 많이 줄어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오는 9월까지 6개월 연장하며 취약층에 대한 금융 안전판을 제공했다.
금융사와 일대일 컨설팅을 거쳐 유예된 원리금을 최대 1년간의 거치기간을 두고 최대 5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환유예 대출의 연착륙 지원 조치도 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당분간 공직 생활을 뒤돌아보며 자료를 정리하고 관련 연구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정부 때 건설부 장관을 지냈던 부친 고병우씨에 이어 장관급 자리를 맡은 고 위원장은 온화한 리더십 덕분에 직원들이 존경하는 상사로 꼽을 정도로 조직 내 평가가 후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투입된 고 위원장이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한은에서처럼 금융위원회에서도 존경받는 상사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출 만기·상환 유예 연장…소상공인 등 취약층 금융 안전판 유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가계부채 저승사자'로 불리며 가계 대출 규제에 사활을 걸었던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조만간 물러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시절 '매파(긴축적 통화 정책 선호)' 성향을 보였던 고 위원장은 9개월간의 짧은 재임 기간에 폭증하던 가계 부채를 안정시키고 소상공인 등 취약층에 대한 금융 지원, 무질서한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의 제도화 등에 역할을 했다.
◇ "가계부채 저승사자 별명 받아들인다"…그물망식 관리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고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8월 가계 부채는 유동성 팽창, 주택 가격 상승과 맞물려 부풀어 오르는 풍선 같았다.
지난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천760조원에 달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해 7월에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했지만 가계 부채의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그해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9.5%나 늘어 당시 추세라면 가계대출 증가율이 연간 8∼9% 수준까지 치솟을 상황이었다. 이때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고 위원장은 대출 총량제를 강력히 시행하면서 시중 은행들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이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해 대출 예정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에 대해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금융위원장의 별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라고 말할 정도로 엄격하게 가계부채를 관리했다. 가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에 대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폭증한 가계부채와 이로 인한 자산시장의 거품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해 10월에는 DSR 규제의 조기 시행 방안 카드를 꺼내 들고 제2금융권의 DSR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조이기가 더욱 강화됐다.
각종 대출 규제에다 지난 1월부터 총대출액 2억원 초과시 DSR이 적용되고 금리마저 인상되면서 가계 대출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연속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총량 관리가 무의미해졌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고 위원장의 가계 부채 대책에 대해 "가계부채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어 관련 대책들이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면서 "총량 규제와 DSR 규제 강화는 가계 부채를 진정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 가상자산 제도화…취약층에 금융 안전판 제공
주변의 우려에도 가상자산 제도화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를 의무화한 특정거래금융법(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지난해 9월 말부터 유예 없이 바로 적용에 나섰다.
4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외한 수십 곳이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 받지 못해 줄폐업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으나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거래소들의 영업 종료로 인한 시장 혼란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이용자들의 피해 가능성은 많이 줄어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오는 9월까지 6개월 연장하며 취약층에 대한 금융 안전판을 제공했다.
금융사와 일대일 컨설팅을 거쳐 유예된 원리금을 최대 1년간의 거치기간을 두고 최대 5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환유예 대출의 연착륙 지원 조치도 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당분간 공직 생활을 뒤돌아보며 자료를 정리하고 관련 연구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정부 때 건설부 장관을 지냈던 부친 고병우씨에 이어 장관급 자리를 맡은 고 위원장은 온화한 리더십 덕분에 직원들이 존경하는 상사로 꼽을 정도로 조직 내 평가가 후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투입된 고 위원장이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한은에서처럼 금융위원회에서도 존경받는 상사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