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모든 집은 안전한가…가출 아닌 탈가정 '쉼터에 살았다'

가정폭력과 우울증 상처 안고 청소년 쉼터 찾은 자전적 이야기

대중매체에서 그려내는 가출 청소년의 행선지는 대개 '가출팸'이 함께 지내는 열악한 숙소다. 종국에는 밤거리를 헤매거나 범죄조직에 이용당하는 결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가정이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메시지겠지만, 세상에는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한 수많은 가정이 있고 집 밖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쉼터에 살았다'는 엄마의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뒤 우울증에 허덕이다가 청소년 쉼터를 찾은 22살 '하람'(필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에세이 웹툰이다. 따뜻한 밥과 깨끗한 침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 등 쉼터 생활을 소개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만, 사실은 한 아이가 여러 차례 좌절하면서도 끝끝내 가정폭력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생존기에 가깝다.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사이다' 전개나 장밋빛 닫힌 결말은 없다.

하람은 전심전력으로 기대를 걸었던 공모전에서는 떨어지고 무기력증 탓에 회사도 나가지 못하게 된다. 용기 내 연락한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만들고 싶다는 하람의 말에 벌컥 화를 내고, 하람은 결국 쉼터를 나온다.

하지만, 작가가 자신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돌아보고 독자에게 이를 공유할 힘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

또 생소할 수 있는 청소년 쉼터의 삶과 그곳에서 지내는 다양한 아이들을 소개하며 가출 청소년을 곧 비행 청소년으로 여겨 온 오랜 편견을 깨부순다. 총 48화에 걸쳐 하람과 쉼터 룸메이트인 수아, 가은 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부정적인 어감의 '가출' 대신 '탈가정'이라는 대안 용어가 익숙하게 와 닿는다.

하람은 내내 걱정한다.

'내가 예민한 것 아닐까.

남들도 사실 다들 이렇게 사는 데 내가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이 하는 고민과도 유사하다.

자신의 중심을 찾아가고 있는 하람은 어쩌면 가정에서, 가족으로부터 고통받는 모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어딘가에는 당신이 쉴 곳이 있으니 세상을 섣불리 저버리지 말라고.
'쉼터에 살았다'는 2020년 리디 웹툰 어워드에서 차기 대세상을 수상했고, 현재 리디에서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