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마르코스 인사들 의회 장악 유력…"일방적 국정 운영" 우려

개표 결과 상·하원서 다수 차지할 듯…아들도 하원의원 당선
"민주주의는 반대 목소리 내는 세력 필요" 지적
필리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의회에서도 국정 운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AFP통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르코스와 정치적 제휴를 맺은 인사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대거 상·하원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지난 9일 치른 선거에서 300명의 하원의원과 13명의 상원의원을 뽑는데 현재까지 개표 결과 대다수의 의석을 친 마르코스 인사들이 차지할 것으로 통신은 전망했다.

필리핀 전체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수는 각각 304명과 24명이다. 하원 의장 후보로는 외사촌인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와 이번 대선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43)와의 러닝 메이트 구성을 중재한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 등이 거론된다.

필리핀 의회는 입법과 예산안을 처리하는 한편 관료들의 부정부패 조사를 감독하고 주요 공직자들에 대한 탄핵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따라서 과거 선친의 독재 행적과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정축재를 비롯해 부동산세 탈세 등 일련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마르코스 입장에서는 향후 국정 운영과 관련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스의 아들인 산드로(28)도 이번 선거에서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일로코스노르테주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여러 친척들도 주정부의 주요 공직을 차지했다.

부동령에 당선된 사라 두테르테의 남동생인 세바스티안(34)은 누나의 뒤를 이어 다바오 시장에 당선됐고 오빠인 파울로(47)도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마르코스를 견제할 세력이 무너지면서 일방적인 국정 운영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리핀국립대의 정치학 교수인 쟝 프랑코는 "민주주의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매우 우려된다"면서 "대안과 행정부 견제가 없다면 우리도 북한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백명의 학생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전날 마닐라에서 투표기 고장 등을 이유로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대선 후보인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다수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패배를 시인하는 한편 "빈곤층을 돕기 위한 운동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