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리노랩 “연말 녹내장 진단으로 美 공략…NGS로 판도 바꿀 것”

존 롭슨 CEO 인터뷰
노인성 질환인 녹내장은 안과 질환 중에서도 시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2020년 8000만명 수준인 세계 녹내장 환자는 2040년에 1억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질환 유전자 진단·치료제 개발 기업 아벨리노랩은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녹내장 진단검사를 개발했다. 존 롭슨 아벨리노랩 최고경영자(CEO)는 1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말 녹내장 유전자 진단검사를 미국과 한국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롭슨 CEO는 톰슨로이터 기업 부문 사장, NYSE 테크놀로지 CEO 등을 역임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다. 지난해 말 아벨리노랩에 합류했다.

"녹내장 발병 위험 예측해 시력상실 예방"

녹내장 진단검사에는 아벨리노랩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첨단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이 적용된다. 단순한 유전성 질환은 물론, 여러 유전자 변이로 인한 질병 위험을 다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롭슨 CEO는 "56개의 녹내장 관련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발병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수치화해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현장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녹내장을 진단하려면 안압 측정, 각막두께 측정, 전방각 검사, 시신경 검사 등을 실시한다. 검사 결과를 모두 종합해 의사가 녹내장인지 판별한다. 문제는 검사 결과가 상충할 때다. 이 경우 의사가 녹내장 확진 판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나즈닌 아지즈 아벨리노랩 최고과학책임자(CSO)는 "NGS 기반의 녹내장 진단검사는 다중 유전자 위험 점수 분석(polygenetic risk score)을 통해 의사가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며 "위험도에 따라 안약 처방, 수술 등 어떤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지 알려주고, 조기 진단을 통해 시력 상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벨리노랩은 녹내장 진단검사를 미국에서 먼저 출시한 후 국내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각막이상증 진단 이미 흑자…올해 코스닥 상장 목표

녹내장 진단검사가 상용화되면 아벨리노랩의 검사 영역은 각막 중심 질환에서 망막 질환으로 확대된다. 아벨리노랩의 주력 제품은 라식과 라섹 등 시력교정 수술을 받기 전 각막이상증을 진단하는 '유니버셜 테스트'다. 각막이상증은 각막에 단백질이 쌓이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유전성 질환이다.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지만,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숨겨진 환자'들도 많다.

이런 환자들이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시력저하 혼탁 실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니버셜 테스트는 유전자증폭(PCR) 방식을 통해 각막이상증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인 'TGFBI'의 돌연변이를 찾아낸다. 총 5가지 유형의 각막이상증을 단 한 번의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안과의 절반 이상이 시력교정술 전 각막이상증을 진단할 때 유니버셜 테스트를 사용한다.아벨리노랩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각막이상증과 원추각막증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NGS 기반 검사 '아바젠(Avagen)'도 내놨다. NGS 장비를 활용해 75종의 원추각막증 관련 유전자와 2000여종의 돌연변이, 70여종의 TGFBI 유전자 변이 등을 검출한다. 현재 미국에서 200개 이상의 의료기관이 아바젠을 사용하고 있다. 롭슨 CEO는 "북미에선 이미 사업 목표를 달성했고 흑자를 내고 있다"며 "다른 지역으로도 아바젠을 확장해 꾸준히 매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아벨리노랩은 연내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다.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기면서 미국 바이오벤처가 됐지만, 상장은 나스닥이 아닌 코스닥을 목표하고 있다. 이유를 묻자 롭슨 CEO는 "한국이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 등 아시아 사업에서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간 기술적 협력과 사업 연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