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12월로 6개월 유예(종합2보)

카페 점주들 집단반발…여당 유예요청 이틀 만에 결정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이어 또 정책 뒷걸음질
현장 혼란 예측 못했단 지적도…시범사업 추진 검토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12월 1일로 6개월 미룬다고 20일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날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과 간담회 뒤 이같이 결정했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기간이 필요하단 점을 감안해 시행을 유예한다"라면서 "유예 기간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로 인한)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내고 추후 컵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률을 높이고 나아가 일회용컵을 덜 쓰게 하는 것이 취지다.

원래 다음 달 10일 가맹점 100개 이상인 브랜드 105개의 매장 3만8천여곳에서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주들이 보증금제 시행에 필요한 금전·업무적 부담을 자신들이 오롯이 진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여당이 시행유예를 요구하면서 돌연 미뤄지게 됐다. 이날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유예 결정은 지난 18일 국민의힘이 정부에 유예를 요청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환경부는 최근까지도 계획대로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환경부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하며 제반 비용 지원을 검토 중"이라면서 '시행에 따른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급작스러운 시행유예에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려 2년 전 도입이 결정된 환경정책을 뒷걸음질 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고 해당 법 부칙에 따라 시행만 올해 6월 10일로 미뤄진 상태였다.

시행 한달여를 앞두고 지난 6일에는 언론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 절차를 시연하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1일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재시행을 앞두고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시행유예를 제안하자 인수위와 협의를 거쳐 코로나19 유행이 끝날 때까지 단속을 미루고 과태료를 매기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이미 2년 전 예고된 정책이었음에도 환경부가 그동안 준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직접 소통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실제 제도가 시행됐을 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꼼꼼히 예측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17일 간담회가 환경부와 첫 소통 자리였다"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을 만나보니 제도가 시행됐을 때 매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걱정했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라면서 "지역이나 매장을 제한해 시범사업을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맹점주협의회도 시범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관계자는 "6개월간은 특정 지역에서 현재 마련된 제도대로 시행해보고 다음 6개월간엔 프랜차이즈 직영점에서만 운영해본 뒤 그 자료로 보완책을 만들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곳을 포함해 모든 매장에서 시행하자고 환경부에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