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어둠 속 짙어진 소현세자의 비극…고궁뮤지컬 '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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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전 배경 야외무대 조명·음악으로 채워…궁중문화축전 행사
어스름이 지는 창경궁 문정전을 배경으로 청나라로 끌려가는 백성들의 지친 발걸음과 탄식 섞인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빛을 잃어가는 하늘은 병자호란 이후 비참한 상황에 놓인 소현세자와 포로가 된 백성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극이 진행될수록 사방은 어둠에 잠기고, 비애는 한층 짙어진다.
인조는 청나라에서 선진문물을 접하고 온 소현세자를 첩자이자 반역자로 의심하고, 소현세자는 아버지가 고집 센 노인이 됐다고 탄식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소현세자와 인조의 노성이 깜깜해진 고궁을 가득 메운다. 20일 창경궁에서 공연된 고궁 뮤지컬 '소현'은 1630년대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치욕 이후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던 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 역사에서는 많이 조명되지 않았던 명나라 예인 굴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소현세자는 함께 포로로 끌려온 조선인을 돕고 선진문물을 배우는 등 개혁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환궁 후 인조의 미움을 받으며 두 달 만에 사망한 비운의 인물이다. 극작가 오세혁과 작곡 겸 음악감독 이진욱, 연출가 정철 등 창작진은 문정전이라는 한정적인 배경과 시선이 분산되기 쉬운 야외무대의 결점을 조명과 음악으로 채우며 소현세자의 비극을 그려낸다.
특히 소현세자 사망 후 굴저가 애도의 춤을 출 때 조명을 이용해 그 모습을 문정전에 그림자로 드리워지도록 한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층 무대를 활용해 출연진이 다 함께 부른 '걸어가네' 주제곡은 마치 산을 넘고 험난한 길을 간신히 헤쳐가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극 초반 푸른 빛이 남아있던 하늘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몰입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소현세자의 환국을 앞두고 모든 조명이 꺼지면서 관객들은 어느덧 깜깜해진 사위를 실감하게 된다.
이후 소현세자의 운명은 어둠에 갇힌다.
소현세자(강찬)와 인조(임별), 굴저(허혜진), 세자빈 강씨(조은진)의 조합 역시 매력적이다.
임별의 깊은 저음은 노회한 인조를, 강찬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꿈을 품은 세자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관객석인 문정전 앞마당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역사 속 비극의 현장과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겹치면서 한층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현'은 2022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22일까지 창경궁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
어스름이 지는 창경궁 문정전을 배경으로 청나라로 끌려가는 백성들의 지친 발걸음과 탄식 섞인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빛을 잃어가는 하늘은 병자호란 이후 비참한 상황에 놓인 소현세자와 포로가 된 백성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극이 진행될수록 사방은 어둠에 잠기고, 비애는 한층 짙어진다.
인조는 청나라에서 선진문물을 접하고 온 소현세자를 첩자이자 반역자로 의심하고, 소현세자는 아버지가 고집 센 노인이 됐다고 탄식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소현세자와 인조의 노성이 깜깜해진 고궁을 가득 메운다. 20일 창경궁에서 공연된 고궁 뮤지컬 '소현'은 1630년대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치욕 이후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던 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 역사에서는 많이 조명되지 않았던 명나라 예인 굴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소현세자는 함께 포로로 끌려온 조선인을 돕고 선진문물을 배우는 등 개혁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환궁 후 인조의 미움을 받으며 두 달 만에 사망한 비운의 인물이다. 극작가 오세혁과 작곡 겸 음악감독 이진욱, 연출가 정철 등 창작진은 문정전이라는 한정적인 배경과 시선이 분산되기 쉬운 야외무대의 결점을 조명과 음악으로 채우며 소현세자의 비극을 그려낸다.
특히 소현세자 사망 후 굴저가 애도의 춤을 출 때 조명을 이용해 그 모습을 문정전에 그림자로 드리워지도록 한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층 무대를 활용해 출연진이 다 함께 부른 '걸어가네' 주제곡은 마치 산을 넘고 험난한 길을 간신히 헤쳐가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극 초반 푸른 빛이 남아있던 하늘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몰입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소현세자의 환국을 앞두고 모든 조명이 꺼지면서 관객들은 어느덧 깜깜해진 사위를 실감하게 된다.
이후 소현세자의 운명은 어둠에 갇힌다.
소현세자(강찬)와 인조(임별), 굴저(허혜진), 세자빈 강씨(조은진)의 조합 역시 매력적이다.
임별의 깊은 저음은 노회한 인조를, 강찬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꿈을 품은 세자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관객석인 문정전 앞마당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역사 속 비극의 현장과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겹치면서 한층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현'은 2022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22일까지 창경궁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