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도루왕' 키움 김혜성 "도루는 어려워요"

시즌 17도루로 리그 1위…2년 연속 '도루왕' 순항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격언대로, 도루 부문은 유독 장기집권한 선수가 많았다. 김일권은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3년 연속 도루왕을 했고, 정수근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이대형(2007∼2010년), 박해민(2015∼2018년)도 4년 동안 장기집권에 성공했던 선수다.

이제는 김혜성(23·키움 히어로즈)이 새로운 '도루 왕조'를 열어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지난 시즌 46개의 도루로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던 김혜성은 올 시즌 17번의 도루 성공으로 리그 1위를 달린다.

2위 김지찬(13개·삼성 라이온즈)과는 4개 차이다.

김혜성의 도루는 높은 성공률로 팀 공헌도가 크다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92%의 성공률(46번 성공, 4번 실패)로 역대 KBO리그 도루왕 가운데 최고 수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89.5%(17번 성공, 2번 실패)로 높은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혜성은 "도루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출루한 순간, 투수와 포수의 집중 견제가 쏟아지기 때문에 빈틈을 노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김혜성은 "도루하기 쉬운 투수는 없다"며 "그래도 박재상 주루코치님이 자신 있게 뛰라고 하셔서 타이밍에 맞게 뛰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속력만 따지면, KBO리그에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김혜성보다 빠른 선수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도루는 주력만큼이나 투수의 허점을 파고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김혜성은 "다들 예전보다 더 빨라졌다고 말해도 실감은 나지 않는다"며 "주루는 연습보다 경험이 중요한데, 미리 상황에 맞게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영업 비밀'인 도루 성공률을 높이는 결정적인 비결까지 공개하진 않았지만, 그만큼 많이 경험하고 시도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리그 도루 1위 김혜성만의 특징이라면 최근 4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시엘 푸이그의 타격 부진으로 지난 주말 한화 이글스와 홈 3연전(5월 20∼22일) 모두 4번 타자로 출전한 김혜성은 이 기간 타율 0.600(10타수 6안타), 5타점으로 활약했다.

해결사 역할에 집중하는 와중에도 20일에는 도루 2개를 추가했다.

김혜성의 4번 타자 출전은 임시방편에 가깝지만, 팀에 마땅한 타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장기화할 수도 있다.

상위 타선에서 자주 타석에 서는 게 도루왕에 유리하다.

그러나 지금은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게 먼저다. 김혜성은 "4번 타자라고 해서 갑자기 바꿀 수 없으니 원래 하던 대로 하겠다"며 타점과 도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