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스리랑카 4월 물가 34% 폭등…의약품 등 부족난 지속

"상황 개선 안되면 환자에 사형선고"…정부 "재택근무로 연료 아껴야"
국가 부도 상황에 처한 스리랑카의 물가가 30% 넘게 더 오르는 등 현지에 최악의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중앙은행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33.8% 급등했다.

스리랑카의 월 소비자 물가는 2월 17.5%, 3월 21.5% 등 최근 7개월 연속 종전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는 이달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스리랑카 국영 실론석유공사는 이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20∼24%, 35∼38%씩 추가 인상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연료, 의약품, 식품 등의 부족이 계속되는 등 민생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주유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병원에서는 의약품이 없어 수술이나 치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사 로샨 아마라퉁가는 전날 로이터통신에 "상황이 빨리 개선되지 않으면 몇몇 환자는 사실상 사형선고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차나 위제세케라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택 근무가 권장된다"고 밝혔다. 앞서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달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 18일부터는 기한 내에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와중에 전국 곳곳에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지난 9∼10일에는 격렬한 시위와 폭동이 발생, 9명 이상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다만,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가 최근 물러나고 야권 지도자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새롭게 임명되면서 정국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인도,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긴급 지원이 이어지면서 단전, 석유 공급 등의 상황도 조금씩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