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야기] 분양가상한제와 국민가격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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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시행

얼마 전 마트에서 상품진열대에 ‘국민가격’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국민가수, 국민여동생 등 ‘국민’이란 단어를 붙혀 쓰임을 본적은 있지만 상품가격의 낮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 참신해서였다.
정부는 국민들이 주택을 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가격이 비싸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들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라는 대책을 발표했다. 마트상품처럼 획일화된 과자나 공산품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공감하기에는 새 주택이 너무 비싸다고 본 것이다.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21.02%)은 기존 주택 상승률(5.74%)에 비해 과하게 높았다. 이는 신규 주택으로 품질이 향상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주택가격을 견인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기존주택이라 하더라도 실수요자 내 집 마련에 가격은 큰 부담이다. 반대 VS 찬성

분양가상한제를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1977년, 1983년, 2007년 과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던 시기 그 부작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주요 쟁점에 대한 반대와 찬성의 입장은

첫째, 건설업체의 이윤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져 주택공급이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2007년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시행했으나, 올해는 시장과열이 우려되는 일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당시 인허가 물량의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과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물량의 영향이라 보았다. 정비사업 추진도 이미 본격화 단계에 접어든 곳이 많아 점진적 정비 사업으로 인한 공급도 확대되어 공급이 줄어들 우려는 없다고 보고 있다.
둘째, 시장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품질이 낮은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우려다. 분양가 상한제는 원가이하로 분양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택지비+건축비 이하의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라는 것이다. 각각의 택지비와 건축비에 가산비 항목이 포함되므로 좋은 자재와 기술을 반영해 제공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소요 비용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원리에 따르면 품질이 낮은 주택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품질이 좋은 주택은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셋째, 전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청약을 대기하는 수요가 전세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 올 하반기 서울 입주물량이 약 2.4만호에 향후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서울 4만호), 그간 임대주택등록을 유도한 결과 증가하고 있는 임대주택 물량 등을 보면 단기적인 상승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이 이어지면 급등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량과 매매가, 전세가 변동률 그래프는 공급물량 축소, 전세가격 급등 우려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뒷받침 해준다. 일시적인 공급축소 후 경제 및 정책 환경 변화에도 건설업체는 공급량을 회복했다. 상한제 시행이후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전세가는 상승했다가 다시 안정화되었고, 매매가는 상한제의 목표대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오히려 전세가는 안정적이고, 매매가는 상승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 현 시점, 정부는 정책시행 타이밍에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니, 저출산,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구조, 녹록치 않은 거시경제 환경, 눈앞에 다가온 저성장시대 등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상황에 늦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보인다.

국민의 희망은...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고, 정치권도 예상보다 강하게 반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여론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하겠다는 발표 후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찬성 47.4%(매우 찬성 28.4%, 찬성하는 편 19.9%), 반대 24.5%(반대하는 편 14.7%, 매우 반대 9.5%)로 나왔다.(아시아투데이, 7월3주차 여론조사) 특히 부동산 실소유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40대와 남성층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찬성 의견이 높았다. 40대는 54.7%, 50대는 54.3%가 찬성했다. 30대는 49.9%, 60대 이상은 44.3%로 전 연령층에서 찬성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안 발표 후 다른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찬성이 절반 이상인 54.7%(매우 찬성 25.5%, 찬성하는 편 29.2%)로 반대 27.9%(매우 반대 11.5%, 반대하는 편 16.4%)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뉴스1발표, 리얼미터 조사) 국민가격 주택

정부는 나름대로 전국적으로 시행했던 과거와 달리 핀셋규제로 가격상승 불씨가 있는 곳만을 대상으로 해서 정책개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한 모양새다. 다만, 과거의 부작용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보완했다고 하더라도 사례가 없는 만큼 남아있는 주택정책심의회를 통한 대상지역 선별과 발생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정치권도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대안 없이 비판하면서 인지도 상승의 기회로 여기거나, 정쟁에 나서기보다는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주택가격도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국민가격, 착한가격’ 이 되길 바란다.
대다수 국민들이 분양가상한제라는 정책 수단의 활용을 찬성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각자 처한 경제적 사정은 달라도 현재의 주택가격이 너무 높고 부담스러우니 이제는 정말 주택가격이 잡히길 바라는 희망의 표현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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