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미국 출국…"저주와 공격, 정의와 선함으로 이겨달라"(종합)

당내 갈등 관련 질문에는 "동지들이 양심과 지성으로 해결하리라 믿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7일 당의 내홍을 뒤로 하고 출국 비행기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그는 1년간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한반도 평화와 국제정치를 공부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선·지방선거 연패 이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상황에 따라 이 전 대표의 귀국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사람들은 국내가 걱정스럽다며 어떻게 떠나냐고 나무라지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공부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의 여러 문제는 책임 있는 분들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엄중한 상황이라는 질문에도 "동지들이 양심과 지성으로 잘 해결해가리라 믿는다"고 했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에 대한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에는 "국가란 매우 숭고한 의무를 가진 조직"이라며 "그런 것을 항상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출국장에 배웅 나온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바로 가고 싶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며 "많은 걱정이 있지만 여러분들도 지금까지 해오신 것처럼 충정으로 헌신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말을 이어가다 잠시 울컥한 듯 발언을 멈추기도 했다. 그는 "야생화는 그 이름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는다"며 "세상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알아주건 말건 기꺼운 마음으로 헌신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크게 빗나가지 않고 자리를 찾아간다"고 당부했다.

이어 "강물은 휘어지고 굽이쳐도 바다로 가는 길을 스스로 찾고 끝내 바다에 이른다.

지지자 여러분도 그러리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를 존중하고 스스로를 사랑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어떤 사람은 경멸하고 증오한다.

이것을 여러분이 존중과 사랑으로 이겨주실 거라 믿는다.

어떤 사람은 저주하고 공격한다.

그것을 여러분이 정의와 선함으로 이겨주시길 바란다"며 "사랑과 정의, 열정과 상식이 승리한다고 저는 믿는다"고 말했다.

발언을 끝낸 뒤 지지자들의 연호와 환호가 이어지자 그는 다시 한번 눈물을 참으려는 듯 연신 눈을 깜빡거렸다.

이 전 대표는 출국장에 들어서기 전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고, 울고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울지 말고 웃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 서너개를 받은 이 전 대표는 출국장 근처에 마련된 귀빈실에서 지지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어주고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 100여명은 이 전 대표 도착 약 1시간 전부터 공항에 운집해 그를 기다렸다. 이들은 '바다에서 다시 만나요', '우리의 바다 이낙연'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이 전 대표를 향해 '사랑한다'라거나 '잘 다녀오시라'고 외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