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가짜 권리자를 조심하라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거래는 크게 부동산에 대한 권리자와 그로부터 권리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히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주의의무는 부동산에 대한 권리자라고 하는 사람이 소위 “가짜”가 아닌 “진짜”인지를 살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리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가짜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그 사람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방법일 수 있는데, 워낙 위조기술이 발달하다보니 신분증만을 믿고 거액의 부동산거래를 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결국, 신분증 확인 뿐 아니라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등 서류의 추가적인 확인은 당연하고, 이런 서류들도 위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서류확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에 대한 탐문이나 각종 공과금, 세금, 관리비 납부영수증 등을 소지하고 있는지와 같은 방법을 반드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권리자라고 자칭하는 사람과 함께 동행해서 거래목적물인 해당 부동산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확인수단이 될 수 있다. 해당 부동산에 동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에 거주하거나 영업하는 사람, 관리인 등 소유자를 식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고, 이들을 통해 정확한 소유자의 확인이 보다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생한 이런 유형의 사기사건들을 종합해 보면, 이웃들간에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이웃들을 통한 소유자확인이 곤란한 아파트, 그 중에서도 특히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와 같이 조만간 철거될 수 있어 실거주용이 아니라 투자용으로 매수하는 입장에서는 내부구조 등을 확인할 필요가 적어서 현장방문이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아파트와 같이 현장확인이 소홀한 부동산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필자는, 원주민으로부터 입주권, 즉 소위 철거민 딱지를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과정에서 실제 원주민의 신분증을 위조한 사기꾼에게 속아 1억원 이상을 손해 본 사람의 사연을 상담했다. 실제 가옥은 철거되어 있어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부동산 주변 탐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없다는 점, 거래자체가 불법이다보니 아무래도 상대방에 대한 신분확인이 자유롭지 못한 점, 사기행각이 발각되더라도 거래자체가 불법이다보니 피해자들의 대응이 적극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악용한 사건이었다.
사실 이런 유형의 사건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도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심심치않게 보도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부동산거래를 하는 일반인들의 경우 진실한 권리자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주의력의 정도가 기본적으로 낮은데다가, 상대방신분을 꼼꼼하게 체크할 경우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해서 거래가 원만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동산중개업자들 마저 신분확인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등기에 공신력이 없는 우리 제도하에서는 권리를 취득하는 측에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고, 또 중개업자에 대한 배상청구도 중개업자의 자력에 따라 실제 배상여부가 불분명하고, 피해자 본인의 과실도 상당히 상계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피해회복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인 점을 고려한다면, 거래당사자들 스스로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각심 차원에서 최근에 선고된 위조사기사건 판결을 소개하기로 한다.
다음은 서울고등법원 2008. 3. 7. 선고 2007나67915호 판결내용이다.
1. 사실관계
가.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피고는 위 자격이 없는 피고의 전남편인 김00와 그 동업자인 이00이 2005. 7.경부터 피고의 명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831-24에 ‘△△부동산’이라는 상호의 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이 건 사무소’라 한다)를 개설하여 피고의 영업허가증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게시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도록 허락하고, 이 사건 사무소에는 출근하지도 않고 운영에 관여하지도 아니하였다.
나. 원고는 2005. 8. 29. 공동투자자인 김△, 김△ 및 김00, 이00이 입회한 가운데 이 사건 사무소에서, 최00의 중개로 토지 소유자 김△를 사칭하는 정△와 사이에 보령시 신흑동 2010 대 2778㎡(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매매대금 23억원에 매수하되, 계약금 15억원 중 5억원은 계약당일 지급하고, 10억원은 김△으로부터 추심을 위임받은 김△의 김△에 대한 10억원의 대여금채권과 상계하며, 잔금 8억원은 2005. 9. 12. 매도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다음 정00에게 5억원을 지급하였다.
다.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정00는 원고에게 위조된 김00 명의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하였고, 최00는 정00가 진정한 권리자인지를 묻는 원고에게 구청에서 김00의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 보고 얼굴도 확인하였다고 말하는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서의 중개업자란에 피고의 사업소재지, 상호, 성명, 허가번호,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피고의 이름 옆에 피고의 등록인감을 날인하였으며, 그 오늘쪽에 ‘이사 최00’라고 기재한 후 서명하였다.
라. 최00는 김00와 평소 일던 자로서 이 사건 사무소에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김00와 사이에서 자신이 이 사건 사무소에서 중개를 성사시킬 경우 수수료를 나누어 가지기로 하였다.
2.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민법 제681조에 의하여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인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구 부동산중개업법 제16조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바, 법 제17조 제1항은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당해 중개물건의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위 권리관계 중에는 당해 중개대상물의 권리자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 성실로써 매도 등 처분을 하려는 자가 진정한 권리자와 동일인인지의 여부를 부동산증기부와 주민등록증 등에 의하여 조사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등기권리증은 소유권이전등기 단계에서 뿐 아닐 그 이전의 거래에 있어서도 당사자 본인의 증명이나 그 처분권한의 유무의 확인 등을 위하여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므로 중개업자로서는 매도의뢰인이 알지 못하는 사람인 경우 필요할 때에는 등기권리증의 소지 여부나 그 내용을 확인 조사하여 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55350 판결 참조). 그리고 중개업자는 자기의 중개사무소를 다른 사람의 중개행위의 장소로 제공함으로써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법 제19조 제2항), 어떠한 행위가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보호에 목적을 둔 법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중개한 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48098 판결 참조).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김00, 이00에게 자신의 사무소를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기 위한 장소로 제공하였고, 다시 김00는 최00에게 수수료를 분배받기로 하고 최00에게 이 사건 사무소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중개하는 장소로 제공하였는데, 최00가 이 사건 토지의 진정한 소유자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중개를 의뢰한 정00가 동일인인지의 여부를 등기권리증 등을 통하여 확인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원고에게 정00를 김00라고 확인하여 중개한 과실로써 원고는 5억원을 편취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는 법 제19조 제2항에 의하여 자기의 중개사무소를 타인인 김00, 이00에게 중개행위의 장소로 제공함으로써 원고가 입게 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면책 및 책임제한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로서도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사무소에 있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통하여 이 사건 사무소의 공인중개사가 피고임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00의 중개행위에 응한 점, 이 사건 매매계약은 그 매매대금이 23억원인데 비하여 계약금은 15억원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거래였음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의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는 면책되거나 70% 이상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김00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00으로부터 30억원 이상 나가는 이 사건 토지가 23억원에 급매물로 나왔으니 매수하라는 권유를 받고 원고에게 이를 함께 매수하자고 권유한 사실, 이에 원고는 김00와 현지를 답사한 후 김00를 끌어들여 공동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여 원고와 김00가 각 1억원, 김00가 3억원 합계 5억원을 마련하였고, 김00이 이 사건 토지 소유자인 김00에 대한 10억원의 대여금채권이 있는데 그 추심권한을 위임해 주겠다면서 김00 명의의 차용증과 김00 명의의 위임장을 교부해 주자 이를 가지고 이 사건 사무소로 가서 최00의 중개로 정00와 사이에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정00에게 5억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는 최00가 피고의 중개보조원인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도 않은 채 중개를 의뢰하고, 나아가 이 사건 토지가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로 나왔다고 하고 계약금이 매매대금의 60%가 넘는 15억원에 달하는데다가, 김00이 매매대금과 상계하도록 선뜻 자신의 채권 10억원의 추심을 위임하여 주며, 잔금은 매도인 측에서 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수령하겠다는 등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이 보이므로 스스로도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계약에 임한 매도인이 진정한 권리자인지를 주민등록증뿐만이 아니라 등기권리증 소지 여부 등을 통하여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소홀이 한 잘못이 있고(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무소의 공인중개사인 피고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00의 중개행위에 응한 잘못도 참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이 사건 사무소의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더 사실은 자인하고 있으므로 피고로서 이러한 점을 들어 원고의 잘못을 탓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원고의 잘못에 당초 원고의 공동투자자인 김00가 김00으로부터 권유를 받아 원고 등이 이 사건 토지의 매수를 결심하게 된 점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이러한 원고의 사정은 피고의 책임을 면제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으나 위 손해의 발생에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원고의 위 사정을 참작하기로 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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