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우승 반지 대신 여러분 사랑을 끼고 은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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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1년 늦게 은퇴식…등번호 33번 영구 결번
"팬보다 위대한 팀, 위대한 야구 없어…후배들 진심으로 새기길" 모든 조명이 꺼지고 관중들의 휴대전화 플래시만 반짝이던 3일 서울 잠실구장의 마운드에만 갑자기 불이 켜졌다. 그곳에는 KBO리그 역대 최다인 통산 2천504안타, 10년 연속 타율 3할, 7년 연속 150안타 등 숱한 대기록을 남긴 은퇴식의 주인공 박용택(43)이 홀로 서 있었다.
평소에도 빼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했던 그는 19년 동안 입었던 LG 트윈스 유니폼과 비슷한 검은 세로줄이 들어간 하얀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울보택'이라는 별명대로, 이미 그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잠시 후 박용택과 대비되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차명석 단장의 영구 결번 선언과 함께 KBO리그를 풍미한 '33번' 등번호는 공식적으로 LG 구단의 역사로 남게 됐다.
박용택이 단상에서 전달받은 버튼을 클릭하자, 엄청난 양의 폭죽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잠실구장 전광판 왼쪽에 나부끼던 33번 깃발에도 조명이 비추기 시작했다.
박용택의 영구 결번 지정은 김용수의 41번, 이병규의 9번에 이어 LG 구단 역사상 3번째다. 곧이어 경기장을 찾은 '영구 결번 선배' 김용수와 이병규, 그리고 초등학교 때 야구를 권유했던 최재호 강릉고 감독이 그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달변가' 박용택은 10분이 넘는 고별사도 대본 없이 술술 남겼다.
그는 "농구선수 출신이셨던 아버지가 '야구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네 인생은 야구'라고 말씀하셨고,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즐겁게 야구 해본 적 없다"고 치열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이날 박용택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정오 무렵부터 '무제한 사인회'를 시작했다.
현역 시절 팬 서비스에 열성적이었던 그는 "팬들께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며 무더위에도 자리를 지켰다.
박용택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고, 팬보다 위대한 팀은 없고, 팬보다 위대한 야구도 없다"는 말로 프로 스포츠의 뿌리인 팬의 소중함을 다시 강조했다.
그리고는 "우리 후배들이 제가 지금 한 얘기를 진심으로 새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광의 순간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2011년 청문회를 연 성난 팬들 앞에서 주장으로 고개를 숙였던 박용택다운 말이었다.
2002년부터 2020년까지 19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박용택이 얻지 못한 마지막 하나는 바로 우승 반지다.
박용택은 신인이던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다시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는 "저는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지만, 우승 반지 대신 여러분의 사랑을 끼고 은퇴한다"고 했다.
부모님 이야기, 힘들게 야구를 했던 이야기, '졸렬택'이라는 별명이 붙은 2009년 타격왕 당시를 떠올릴 때도 눈물을 참았던 박용택은 아내 한진영 씨 이야기를 하며 마침내 '울보택'이 됐다. 그는 "하마터면 집에서 은퇴할 뻔했다"며 농담을 던진 뒤 "힘든 시간 저와는 다르게 정말 묵묵히 어떤 티도 내지 않고 옆에서 언제나 잘 될 거라 내조해 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연합뉴스
"팬보다 위대한 팀, 위대한 야구 없어…후배들 진심으로 새기길" 모든 조명이 꺼지고 관중들의 휴대전화 플래시만 반짝이던 3일 서울 잠실구장의 마운드에만 갑자기 불이 켜졌다. 그곳에는 KBO리그 역대 최다인 통산 2천504안타, 10년 연속 타율 3할, 7년 연속 150안타 등 숱한 대기록을 남긴 은퇴식의 주인공 박용택(43)이 홀로 서 있었다.
평소에도 빼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했던 그는 19년 동안 입었던 LG 트윈스 유니폼과 비슷한 검은 세로줄이 들어간 하얀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울보택'이라는 별명대로, 이미 그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잠시 후 박용택과 대비되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차명석 단장의 영구 결번 선언과 함께 KBO리그를 풍미한 '33번' 등번호는 공식적으로 LG 구단의 역사로 남게 됐다.
박용택이 단상에서 전달받은 버튼을 클릭하자, 엄청난 양의 폭죽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잠실구장 전광판 왼쪽에 나부끼던 33번 깃발에도 조명이 비추기 시작했다.
박용택의 영구 결번 지정은 김용수의 41번, 이병규의 9번에 이어 LG 구단 역사상 3번째다. 곧이어 경기장을 찾은 '영구 결번 선배' 김용수와 이병규, 그리고 초등학교 때 야구를 권유했던 최재호 강릉고 감독이 그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달변가' 박용택은 10분이 넘는 고별사도 대본 없이 술술 남겼다.
그는 "농구선수 출신이셨던 아버지가 '야구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네 인생은 야구'라고 말씀하셨고,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즐겁게 야구 해본 적 없다"고 치열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이날 박용택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정오 무렵부터 '무제한 사인회'를 시작했다.
현역 시절 팬 서비스에 열성적이었던 그는 "팬들께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며 무더위에도 자리를 지켰다.
박용택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고, 팬보다 위대한 팀은 없고, 팬보다 위대한 야구도 없다"는 말로 프로 스포츠의 뿌리인 팬의 소중함을 다시 강조했다.
그리고는 "우리 후배들이 제가 지금 한 얘기를 진심으로 새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광의 순간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2011년 청문회를 연 성난 팬들 앞에서 주장으로 고개를 숙였던 박용택다운 말이었다.
2002년부터 2020년까지 19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박용택이 얻지 못한 마지막 하나는 바로 우승 반지다.
박용택은 신인이던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다시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는 "저는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지만, 우승 반지 대신 여러분의 사랑을 끼고 은퇴한다"고 했다.
부모님 이야기, 힘들게 야구를 했던 이야기, '졸렬택'이라는 별명이 붙은 2009년 타격왕 당시를 떠올릴 때도 눈물을 참았던 박용택은 아내 한진영 씨 이야기를 하며 마침내 '울보택'이 됐다. 그는 "하마터면 집에서 은퇴할 뻔했다"며 농담을 던진 뒤 "힘든 시간 저와는 다르게 정말 묵묵히 어떤 티도 내지 않고 옆에서 언제나 잘 될 거라 내조해 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