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절반 넘었는데 고작 3블론…역사를 쓰는 키움 불펜

2012년 삼성이 기록한 '팀 5블론' 기록에 도전
승리 확률 기여도(WPA)는 이미 역대 1위 기록 경신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KBO리그 2위 자리를 굳게 지키는 키움 히어로즈의 순항 비결 가운데 하나는 강력한 불펜이다. 키움은 2-1로 한 점 차 승리를 지킨 3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을 포함해 올해 7회 리드 시 43경기 연속 무패(42승 1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기록까지 포함하면 69경기 연속 무패(65승 4무)다.

주전 마무리였던 조상우가 입대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이승호(10세이브), 문성현(9세이브), 김태훈(8세이브) 등이 번갈아 가며 물 샐 틈 없이 뒷문을 지킨다. 여기에 리그 홀드 1위(22개)를 달리는 '8회의 사나이' 김재웅의 재발견도 빼놓을 수 없다.

김재웅은 "서로 어떻게든 도와주고 알려주려고 하고, 이런 분위기로 단합하니 더 좋은 성적이 난다"는 말로 최고조에 달한 키움 불펜의 좋은 분위기를 전한다.
3일까지 키움의 팀 블론세이브(세이브 상황에서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는 고작 3번뿐이다. 팀을 통틀어도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5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장현식(KIA 타이거즈)보다도 적다.

과거 기록을 뒤져보더라도 올해 키움의 블론세이브 억제 능력은 '역대급'이다.

KBO 기록실이 공개한 2006년 이후 팀 최소 블론세이브는 2012년 삼성 라이온즈가 기록한 5회다. 당시 정현욱∼권오준∼권혁∼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던 삼성 불펜은 국가대표급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반면 키움은 스타 선수 없이도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투구와 적재적소에 선수를 투입하는 벤치 덕분에 새로운 역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올해 키움 불펜이 얼마나 대단한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승리 확률 기여도(WPA·Win Probability Added)가 있다.

점수 차와 이닝, 아웃카운트, 베이스 상황에 따라 각각 팀의 기대 승률이 있는데, WPA는 기대 승률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홈 팀이 한 점 차로 뒤처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홈 팀의 기대 승률이 54%라고 치고, 원정팀 투수가 병살타로 승리를 지키면 상대 팀의 기대 승률을 54%에서 0%로 낮춰 버렸으니 0.54승만큼의 WPA를 얻었다는 식으로 누적 수치를 계산한다.

반대로 올라올 때마다 불을 질러서 팀의 기대 승률을 낮추는 불펜 투수는 마이너스(-) WPA를 찍을 수도 있다.

KBO리그 통계 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키움 불펜진의 WPA 총합은 6.93으로 압도적 1위다.

쉽게 말해 불펜의 힘으로만 올해 팀에 7승을 더한 것으로, 2위 LG 트윈스(3.36)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스탯티즈가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로 한정하면, 역대 불펜 WPA 1위 팀은 2019년 SK 와이번스(현 SSG)로 6.55다. 올해 키움 불펜은 시즌 절반만의 종전 팀 불펜 WPA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