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앤제리스 "점령지에 우리 아이스크림 못넘겨"…모회사에 반기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영업 놓고 엎치락뒤치락
유니레버가 현지 업체에 매각 추진하자 "사전 동의 없었다"며 소송전
미국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벤앤제리스'(Ben & Jerry's)가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자사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팔레스타인 서안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모회사인 유니레버가 이스라엘 협력업체인 'AQP'에 현지 사업과 관련 상표를 매각한다고 발표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법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5일(현지시간) AF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벤앤제리스는 유니레버의 매각 결정을 막아달라며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벤앤제리스가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와 사회통합을 지키기 위해' 이번 소송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유니레버의 결정은 벤앤제리스 독립 이사회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며 이사회에 설립자의 가치와 평판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합병 협약과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벤앤제리스는 이사회에서 5명이 소송에 찬성했고, 유니레버에서 임명한 이사 2명만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이스라엘에서 판매는 계속하겠지만,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자사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은 "우리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APQ와는 협력계약이 종료되는 2022년 말을 기점으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Q 측은 벤앤제리스의 결정과 달리, 텔아비브 교외에서 아이스크림을 계속 생산해 이스라엘 정착촌에 판매해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팔레스타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현재 점령지 정착촌에는 유대인 60만명이 거주하며, 국제사회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과 동예루살렘 합병을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이번 분쟁은 요르단강 서안 점령촌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소비자들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부각하는 것으로, 에어비앤비도 2019년 4월 요르단강 서안의 점령촌 내 매물을 모두 삭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미 버몬트주에 본사를 둔 벤앤제리스는 환경 보호와 인권 신장 등 진보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행동주의'로 유명하다.

벤앤제리스 설립자인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는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은 지지하지만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법점령'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스라엘은 벤앤제리스의 조치가 '반유대주의'라며 강력 반발했고, 팔레스타인은 반이스라엘 국제운동인 'BDS'(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불매·투자철회·제재)의 승리라며 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