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전설' 한장상 "내 이름 딴 대회라니…이런 날도 있구나"

KPGA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개최…구자철 회장 "한장상은 최경주·박세리의 원조"
"막상 이런 자리에 서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고맙다.

"
52년간 현역 선수로 활약하며 한국 골프를 빛낸 한장상(82)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은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 개최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감격했다.

한 고문은 7일 경기 성남 KPGA 빌딩에서 열린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총상금 5억원)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오랜 기간 골프를 했는데 생전에 이렇게 제 이름을 딴 대회가 열리게 돼 고맙다. '이런 날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충남 태안 솔라고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은 통산 22승(국내 19승, 일본투어 3승)에 빛나는 '한국 골프의 산증인' 한 고문의 업적을 기념하는 대회다.

한 고문은 1964년부터 1967년까지 한국오픈 4연속 우승과 1968년부터 1971년까지 KPGA 선수권대회 4연속 우승을 이룬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1972년에는 일본 투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일본오픈에서 정상에 올랐고, 197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KPGA 창립회원인 한 고문은 1984년부터 1987년까지 KPGA 제6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KPGA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한 고문은 1972년 일본 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이듬해 마스터스 무대에 섰다. 비록 이틀 합계 8오버파를 쳐 컷 통과엔 실패했지만, 한국 골프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겼다.

80이 넘은 고령이지만 한 고문은 그때의 설렘을 아직도 오롯이 기억하고 있었다.

한 고문이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도착해 연습하고 있는데 PGA의 전설 아놀드 파머가 그에게 "축하한다"고 악수를 권한 뒤 아이언샷 레슨을 해줬다는 이야기는 골프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한 고문은 "마스터스 출전이 확정되고 얼마나 흥분이 됐는지 모른다.

직전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하고 늦게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갔는데, 현지서 국내선 비행기를 놓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한 고문은 비록 한국과 일본에서만 우승의 꿈을 이뤘지만, PGA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뛰는 후배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한 고문은 "미국에서 뛰는 선수가 우승하면 얼마나 기쁠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서 "김시우나 이경훈, 임성재 같은 선수들이 특히 눈에 든다"고 말했다.

대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 고문은 "골프는 무조건 멀리 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다.

공을 가져가고 싶은 곳으로 가져가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골프에선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아쉬운 플레이를 했다고 너무 실망하면 안 된다.

자신의 장단점을 상대에게 다 보여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골프 대회를 찾는 골프 팬들에게도 당부를 남겼다.

한 고문은 "골프 인구가 500만 명이 넘어간다고 하는데 욕먹을 각오로 한마디 하겠다"면서 "골프 매너를 먼저 배우고 골프를 했으면 좋겠다.

대회에서 선수들이 공을 칠 때 조용히 해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KPGA는 이번을 계기로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구자철 KPGA 회장은 "너무 늦게 헌정 대회를 마련해 한 고문께 송구스럽다"면서 "한 고문은 오늘의 최경주와 박세리가 있게 해준 원조 선수다. 이 대회가 계속 이어지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