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비 지원·연금 인상…프랑스, 26조원규모 지원책 마련

마크롱 두 번째 임기 첫 주요 법안…'여소야대' 의회에서 야당 지지확보가 관건
프랑스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고자 200억유로(약 26조원) 규모의 가계 지원책을 마련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7일(현지시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유비 지원, 임대료 상한, 연금 및 복지 혜택 인상 등을 담은 법안을 확정해 하원에 제출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프랑스인 구매력 보호를 위한 정부의 약속' 제안서에는 복지·연금 혜택을 4% 인상하고, 공무원 임금을 3.5% 인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올해 임대료 인상을 3.5%로 제한하고, 저소득층 노동자에게 100∼200유로 상당의 주유비를 지원하며, 저소득층 가정에 100유로에 아이 1명당 50유로씩을 추가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럽1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공공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일시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프랑스인들은 임금을 제외한 모든 것들의 가격이 올랐다고 느끼고 있다"며 "국민들이 쇼핑하는 데 걱정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베랑 대변인은 "물가가 상승한 이유는 프랑스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있다"며 "비상사태에 맞서 전례 없는 조치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하원에 제출한 첫 번째 주요 법안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에서는 여당이 하원 의석 절대다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단독 입법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총선으로 새로 꾸려진 하원에서 범여권이 여전히 제1당이기는 하지만 과반이 아니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만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보른 총리는 전날 하원 연설에서 그 어떤 정당도 홀로 입법할 수 없는 환경인만큼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약속하며 함께 법안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하원은 이달 말부터 정부가 제출한 법안 심의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협의를 거쳐 일부 지원책을 강화하거나, 삭제하는 등 법안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유럽중앙은행(ECB) 지표 기준 6.5%로 집계돼 프랑스가 유로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