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옛 투 컴'까지…방탄소년단 노래들과 어우러진 현대미술
입력
수정
토탈미술관 특별전 'Beyond The Scene'…국내 작가 22명 참여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ARMY)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토탈미술관에서 지난 1일 개막한 '제3회 BTS 국제학술대회' 특별전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전시회는 BTS의 노래와 활동에서 찾은 7가지 열쇳말(정체성, 다양성, 기억, 연대, 일상, 환경, 미래)과 관련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계단부터 BTS와 연결된다. 계단의 QR코드를 찍으면 정규 1집 '다크&와일드' 수록곡 '핸드폰 좀 꺼줄래'가 나온다.
'셀카'만 찍지 말고 찬찬히 감상하자는 제안이다.
사실 전시장 곳곳에 정보를 제공하는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은 켜두는 게 낫다. 전시장은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에 실린 '00:00'(제로 어 클록)으로 시작한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는 부지현 작가의 '루미니어스'는 유리창에 붙인 필름과 어우러져 보랏빛을 발한다.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을 샹들리에처럼 연결한 이 작품은 '빛에 빛을 더해 새로운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는 의미로 전시됐다. 제로 어 클록의 "초침과 분침이 겹칠 때/ 세상은 아주 잠깐 숨을 참아"라는 가사처럼 빛이 겹쳐지는 공간에서 시간은 잠시 멈추는 듯하다. 이 작품 아래로는 투명창이 있어 아래층에 전시된 김기라 작가의 '멈춤-비비디바비디부-내일은 검정'이란 작품을 볼 수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가 화면조정시간에 내보낸 TV 화면을 카펫으로 직조한 작품으로 '제로 어 클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보라색 커튼을 두른 1층 전시관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크립톤(황수경·염인화)의 작품 '워블(wobble)'이 설치됐다.
3D 퍼포머티브 장치와 회화, 조각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는 달의 흔들림(워블) 현상을 주제로 BTS 노랫말을 사용한다. 관람객이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내면 작품 화면에 파장이 일어나는 양방향 소통 작품으로 BTS와 아미라는 새로운 연결 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달 모양 조각을 설치해 "달과 지구는 언제부터 이렇게 함께했던 건지/ 존재로도 빛나는 너/ 그 곁을 나 지켜도 될지"라는 '문'(MOON)의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중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비롯해 미술관 곳곳에는 최재훈 작가의 드로잉 25점이 걸렸다.
BTS 리더 RM의 뮤직비디오 '포에버 레인'(Forever Rain)의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작업한 인연으로 선정된 작가다. 중층에는 RM이 "평소 흠모해오던" 작가라고 밝힌 문성식 작가의 회화 14점이 나란히 걸린 공간이 있다.
RM이 지난해 공개한 자작곡 '바이시클'의 커버를 작업한 문성식은 이번 전시에 3∼4호의 작은 캔버스에 유채와 연필로 그린 신작들을 선보였다. 철판 위에 노랫말을 부식시키고 스프레이 페인트로 채색하는 연작을 발표해 온 최기창 작가는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의 가사 중 '더 뜨거운 숨'을 전시했다. 최기창은 또 패널 위에 아크릴과 스프레이 페인트를 중첩하는 연작에는 신곡 '옛 투 컴'(Yet To Come)'을 부제로 달았다.
옛 투 컴 뮤직비디오의 색채를 모티브로 삼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중층 전시장의 백미는 '70대 아미'로 유명한 진영선 고려대 교수의 작품이다.
'아카이브 포 방탄 유니버스-옛 투 컴'이란 제목의 프레스코화 4폭 병풍은 BTS의 데뷔부터 최신 앨범 '프루프'까지 음악 여정을 책거리 그림 형식으로 담았다. 프레스코화는 돌가루와 석회를 반죽해 평면에 바르고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 형상과 색채를 영구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매체다.
진 교수는 지난해 9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서울대 미대 동문회전에도 BTS의 지민의 춤을 모티브로 한 프레스코화 병풍을 출품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최대진 작가는 RM, 슈가, 제이홉이 부른 '땡'을 모티브로 한 벽화 '땡, 진실과 끝 사이'를 선보인다.
선박용 도료 알페이스트를 칠한 벽면에 페인트와 먹으로 랩배틀처럼 거칠게 표현한 작품이다.
지층의 한 벽면은 안규철 작가의 작품 '1000개의 말'이 전시됐다.
한 변이 7㎝인 정사각형 알루미늄판 1천600개로 구성된 이 작품은 노을 풍경을 담았다. 애초 1천 개로 작업했지만, 전시 공간을 고려해 600개를 추가했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둔 책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말, 자신을 키우고 지탱한 말을 메모지에 적어두면 작가는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알루미늄판 위에 적어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작가는 2015년에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쓴 메모지들이 모여 거대한 벽을 이루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RM은 지난해 5월 안규철의 저서 '사물의 뒷모습'의 일부를 사진으로 공유했으며 당시 이 책의 판매량이 급증한 바 있다. 전명은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수어를 주제로 한 사진 작품을 제작했다.
예화학교의 도움을 받아 '소우주'의 가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을 수어로 표현했다.
작품 옆의 보라색 QR코드를 찍으면 국제 수어로 안무를 구성한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로 연결된다. 이밖에 '아이돌' 뮤직비디오의 무대 배경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박경진 작가의 회화와 환경을 주제로 한 김기라·차선수·아날로그소년의 영상 '너영나영 산지천', 방앤리의 영상 '액트제로 노지', 이대성의 사진 '사라지는 섬의 해변에서'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31일까지 전시된다. BTS 팬이 아닌 관람객에게도 현대미술의 주요 작품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연합뉴스
전시회는 BTS의 노래와 활동에서 찾은 7가지 열쇳말(정체성, 다양성, 기억, 연대, 일상, 환경, 미래)과 관련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계단부터 BTS와 연결된다. 계단의 QR코드를 찍으면 정규 1집 '다크&와일드' 수록곡 '핸드폰 좀 꺼줄래'가 나온다.
'셀카'만 찍지 말고 찬찬히 감상하자는 제안이다.
사실 전시장 곳곳에 정보를 제공하는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은 켜두는 게 낫다. 전시장은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에 실린 '00:00'(제로 어 클록)으로 시작한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는 부지현 작가의 '루미니어스'는 유리창에 붙인 필름과 어우러져 보랏빛을 발한다.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을 샹들리에처럼 연결한 이 작품은 '빛에 빛을 더해 새로운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는 의미로 전시됐다. 제로 어 클록의 "초침과 분침이 겹칠 때/ 세상은 아주 잠깐 숨을 참아"라는 가사처럼 빛이 겹쳐지는 공간에서 시간은 잠시 멈추는 듯하다. 이 작품 아래로는 투명창이 있어 아래층에 전시된 김기라 작가의 '멈춤-비비디바비디부-내일은 검정'이란 작품을 볼 수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가 화면조정시간에 내보낸 TV 화면을 카펫으로 직조한 작품으로 '제로 어 클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보라색 커튼을 두른 1층 전시관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크립톤(황수경·염인화)의 작품 '워블(wobble)'이 설치됐다.
3D 퍼포머티브 장치와 회화, 조각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는 달의 흔들림(워블) 현상을 주제로 BTS 노랫말을 사용한다. 관람객이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내면 작품 화면에 파장이 일어나는 양방향 소통 작품으로 BTS와 아미라는 새로운 연결 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달 모양 조각을 설치해 "달과 지구는 언제부터 이렇게 함께했던 건지/ 존재로도 빛나는 너/ 그 곁을 나 지켜도 될지"라는 '문'(MOON)의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중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비롯해 미술관 곳곳에는 최재훈 작가의 드로잉 25점이 걸렸다.
BTS 리더 RM의 뮤직비디오 '포에버 레인'(Forever Rain)의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작업한 인연으로 선정된 작가다. 중층에는 RM이 "평소 흠모해오던" 작가라고 밝힌 문성식 작가의 회화 14점이 나란히 걸린 공간이 있다.
RM이 지난해 공개한 자작곡 '바이시클'의 커버를 작업한 문성식은 이번 전시에 3∼4호의 작은 캔버스에 유채와 연필로 그린 신작들을 선보였다. 철판 위에 노랫말을 부식시키고 스프레이 페인트로 채색하는 연작을 발표해 온 최기창 작가는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의 가사 중 '더 뜨거운 숨'을 전시했다. 최기창은 또 패널 위에 아크릴과 스프레이 페인트를 중첩하는 연작에는 신곡 '옛 투 컴'(Yet To Come)'을 부제로 달았다.
옛 투 컴 뮤직비디오의 색채를 모티브로 삼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중층 전시장의 백미는 '70대 아미'로 유명한 진영선 고려대 교수의 작품이다.
'아카이브 포 방탄 유니버스-옛 투 컴'이란 제목의 프레스코화 4폭 병풍은 BTS의 데뷔부터 최신 앨범 '프루프'까지 음악 여정을 책거리 그림 형식으로 담았다. 프레스코화는 돌가루와 석회를 반죽해 평면에 바르고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 형상과 색채를 영구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매체다.
진 교수는 지난해 9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서울대 미대 동문회전에도 BTS의 지민의 춤을 모티브로 한 프레스코화 병풍을 출품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최대진 작가는 RM, 슈가, 제이홉이 부른 '땡'을 모티브로 한 벽화 '땡, 진실과 끝 사이'를 선보인다.
선박용 도료 알페이스트를 칠한 벽면에 페인트와 먹으로 랩배틀처럼 거칠게 표현한 작품이다.
지층의 한 벽면은 안규철 작가의 작품 '1000개의 말'이 전시됐다.
한 변이 7㎝인 정사각형 알루미늄판 1천600개로 구성된 이 작품은 노을 풍경을 담았다. 애초 1천 개로 작업했지만, 전시 공간을 고려해 600개를 추가했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둔 책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말, 자신을 키우고 지탱한 말을 메모지에 적어두면 작가는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알루미늄판 위에 적어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작가는 2015년에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쓴 메모지들이 모여 거대한 벽을 이루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RM은 지난해 5월 안규철의 저서 '사물의 뒷모습'의 일부를 사진으로 공유했으며 당시 이 책의 판매량이 급증한 바 있다. 전명은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수어를 주제로 한 사진 작품을 제작했다.
예화학교의 도움을 받아 '소우주'의 가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을 수어로 표현했다.
작품 옆의 보라색 QR코드를 찍으면 국제 수어로 안무를 구성한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로 연결된다. 이밖에 '아이돌' 뮤직비디오의 무대 배경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박경진 작가의 회화와 환경을 주제로 한 김기라·차선수·아날로그소년의 영상 '너영나영 산지천', 방앤리의 영상 '액트제로 노지', 이대성의 사진 '사라지는 섬의 해변에서'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31일까지 전시된다. BTS 팬이 아닌 관람객에게도 현대미술의 주요 작품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