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심장부' 광주서 당권행보 시동…"힘차게 나아가자"(종합)

호남 방문해 '위로 걸음' 행사…트위터서는 '밭갈이' 독려
박지현 "당황스럽다" 비판…김민석·강병원 등도 광주 방문 맞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10일 원내 입성 후 처음으로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았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밭갈이(지지층 확대 독려)'에 나선 이 고문이 호남 방문을 통해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당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고문은 이날 오후 광주 5·18 기념공원을 방문해 '이재명과 위로 걸음' 행사를 진행했다.

주민들과 30분간 대화를 나누고 산행을 함께 하면서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콘셉트의 행사로, 지난달 18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에서 진행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자리에서 이 고문은 "모든 결과는 이재명의 부족함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 멈출 수 없다"며 "새로운 희망을 향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서 함께 손 잡고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참석한 지지자들도 이 고문의 당 대표 출마를 요구하며 호응했다.

이 고문은 행사에 앞서서는 광주가톨릭대학교를 찾아 윤공희 대주교와 한반도 평화 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또 광주 동명동의 한 커피숍에서 지역의 청년 스타트업, 마을공동체, 시민단체, 사회복지, 문화예술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고문은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며 "실천하는 정치로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윤영덕 이형석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이 동석했다. 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박찬대, 김남국 의원도 동행했다.

이날 일정은 6·1 지방선거 이후 이 고문의 첫 지방 방문이라는 점에서 당내 이목이 집중됐다.

직접적인 출마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당의 핵심 지역인 광주에서 지지 기반을 다지는 행사를 통해 사실상 전당대회 준비의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침 당 지도부의 전당대회 룰 정비 작업도 이 고문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마무리되면서, 당내에서는 이 고문의 출마 선언 시기만 남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고문 측 관계자는 "이 고문이 평소 광주를 '사회적 어머니'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다"며 "전당대회와 무관하게 민심을 경청하는 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자들과의 온라인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이 고문은 전날 오전 1시부터 2시 45분까지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했다.

지지자들이 주변에 당원 가입을 권유했다는 '인증샷'을 올리자 이 고문은 "참~잘 해떠요(했어요)", "또금만(조금만) 더 해두때여(해주세요)" 등의 표현으로 독려했다.

한 지지자가 "오늘 우리가 많이 속상한 것 아시고 트위터를 켜셨나보다"라고 하자 이 고문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제 동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니까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 고문의 행보가 한층 본격화하면서, 주변의 견제도 한층 강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연일 이 고문을 비판하고 있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유튜버의 범죄사건 이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 고문의 지지자 트위터 소통과 관련, "저를 억압하면 안 된다고 메시지를 낸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 트위터 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이 고문 측은 공지문을 통해 "이 고문이 트위터, 인스타 등에서 당원 가입을 호소하는 이른바 '밭갈이'를 했다"며 "지지층 일각에서 당내 현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탈당을 주장하는데, 이런 네거티브 방식보다 당원으로 더 많이 가입해 주장을 관철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임을 알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고문의 광주 행사를 두고도 호남 출신의 한 의원은 "'위로 걸음'이라고 하는데, 광주 시민들에게 해야 하는 것이 이 의원의 위로일까, 아니면 반성일까"라고 반문하며 "대선에서 전국 최고 투표율을 보인 광주 시민들이 지방선거에서 최저 투표율을 보이며 내놓은 메시지를 이 의원은 어떻게 해석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경쟁 주자들도 속속 광주를 방문하며 당권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 강기정 광주시장 및 광주 시의원·구청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 당시 광주의 투표율 37.7%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통렬히 반성해서 혁신하고 통합하라'는 절실한 명령이자 회초리"라며 "호남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당을 바꾸는 일을 광주와 호남의 이름으로 제가 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주자인 김민석 의원은 지난 5일 당 대표 출마선언 후 첫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실패가 확인된 관성적인 대안부재론을 극복해야 한다"고 이 고문을 직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