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우크라行 무기에 병참기지 된 폴란드 국경도시 제슈프

난민·외교관·미군도 유입…"양국 과거엔 악연, 전쟁으로 잊히는 듯"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폴란드 국경도시 제슈프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전례 없는 활기를 띠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까지 기차로 약 1시간 거리(80㎞)인 제슈프는 북쪽에 제슈프-야시온카 국제공항을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서방 국가의 무기들이 바로 이 공항을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코노미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으로 이 공항이 '병참 기지'로 변했다고 전했다. 기갑차량들이 활주로를 뒤덮고, 군 수송기 이착륙이 거의 24시간 숨돌릴 새도 없이 계속된다.

안전한 운송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 주변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도 3월부터 하늘을 감시하고 있다.
전쟁 이후 제슈프 도시의 모습 자체도 크게 달라졌다. 올 초 제슈프의 인구는 20만 명 미만이었는데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이후 약 30만 명으로 늘었다.

불어난 인구 상당수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이다.

여기에 각국의 외교관들, 미군 장병, 자원봉사자 등이 몰려들었다. 외국인이 워낙 많다 보니 이젠 식당에서 폴란드어로 주문하면 종업원이 깜짝 놀랄 정도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제슈프로 온 우크라이나 난민 중에는 임시 캠프에 머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대다수는 제슈프 현지인 가정에 어울려 함께 지내거나 직접 세를 얻어 살고 있다.

제슈프는 구호 물품이 가득 찬 버스, 연료 등을 끝없이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있다.

5월 2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제슈프를 '구원자 도시'로 칭송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와 제슈프는 '악연'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폴란드인을 학살했다.

반대로 폴란드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빨치산들이 우크라이나인을 대상으로 '인종 청소'를 벌였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의 원한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모두 잊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콘라드 피요웨크 시장은 이코노미스트에 "우크라이나가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덕분에 러시아가 여기까지 쳐들어오겠다는 멍청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