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 '팬심'으로 소장…크라우드펀딩 한번에 억대 모금

'화산귀환' 단행본 제작에 목표액 20배 몰려…오디오웹툰·굿즈 펀딩에도 수억

웹툰이나 웹소설을 흔히 '스낵컬처'라고 부른다. 짧은 시간에 스낵처럼 가볍게 부담 없이 쓱 즐기기 좋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웹툰·웹소설을 한 번 보고 마는 콘텐츠로 소비하지 않고 '팬심'을 담아 굿즈(관련 상품)나 오디오 콘텐츠 등으로 소장하려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14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명 웹소설과 웹툰을 중심으로 소장하려는 독자층이 늘어나면서 소장본이나 굿즈 제작 크라우드 펀딩에 억대의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무협 웹소설 '화산귀환' 단행본 크라우드 펀딩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9일 처음 펀딩을 열면서 제시한 당초 목표는 4천만 원이었지만, 단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의 1천100%에 해당하는 4억 원 이상을 모았다.

이달 13일(14시 기준·이하 동일)까지 총 1만4천893명으로부터 약 8억2천만 원을 모금했다. 1인당 약 5만5천 원씩은 낸 셈이다.

와난 작가의 웹툰 '집이 없어'도 오디오웹툰 제작 펀딩에 목표액의 200%인 1억6천만 원을 모았다.

1인당 최소 8만6천 원은 내야 오디오웹툰 본편과 모닝콜 등 보이스 알림팩, 현장 스케치 등 기본형에 해당하는 A세트를 받을 수 있지만 약 1천500명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오디오웹툰은 원작 웹툰을 영상 형식으로 만들고 대사에 성우 목소리를 입힌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웹툰과 오디오 드라마가 결합한 형태다.

앞서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도 오디오 웹툰 시즌1에는 8억3천만 원, 시즌2에는 6억1천만 원을 모았다.

'가담항설' 역시 3차례에 걸쳐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했는데 매 시즌 2억2천∼5억9천만원을 모았다.
웹소설이나 오디오웹툰의 경우 작품을 소장하는 형태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관련 상품인 굿즈에도 돈이 몰리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순끼 작가의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을 바탕으로 주인공인 철이와 미애의 풋사랑을 담은 향수 제작 펀딩이 진행됐는데, 당초 목표였던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은 총 4억6천만 원이 모였다.

이 같은 성공사례에 힘입어 웹툰·웹소설의 크라우드펀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 와이랩은 웹툰 '테러대부활'을 바탕으로 한 보드게임 제작 펀딩을 진행 중이며, 네이버웹툰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15일 다이어리 제작, 카카오웹툰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은 오는 14일 오디오웹툰 제작 펀딩에 나설 예정이다.

'집이 없어' 오디오웹툰 티저
크라우드 펀딩은 제작 기획 단계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소액을 투자받아, 일정 금액이 모여야지만 제작에 나서는 방식이다.

상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모금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장기간 기다려야 하고, 돈을 내더라도 기한 내 목표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되기 때문에 순전히 '팬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웹툰·웹소설의 팬층이 두꺼워지면서 유명 작품이나 작가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화산귀환'은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 가운데 1위 작품으로 누적 조회 수가 3억7천만 건에 달한다.

'집이 없어'는 '어서오세요, 305호에'로 유명한 와난 작가의 작품이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의 순끼 작가는 드라마·영화화된 '치즈 인 더 트랩'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노승연 네이버웹툰 글로벌 IP 사업실장은 "작품을 통해 이미 구축된 팬덤을 대상으로 선보이는 한정판 아이템이라는 점이 구매 심리와 소장 욕구를 자극하면서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