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제헌절 행사서도 원구성 신경전…김의장 "오늘 마무리"

김의장 "본회의 열쇠가 도착 안 해…전직 의장들 앞 약속하자"
권성동 "先 대정부질문, 後 상임위 협의" 박홍근 "그것도 방법"
"여야 원내대표 눈좀 마주치시라"에 "맨날 마주친다, 불꽃이 튀어서 그렇지"

여야 지도부는 17일 제헌절 74주년 경축식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뼈있는 발언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축식에 앞서 의장접견실에서 5부 요인,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3당 지도부가 전원 참석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진석,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도 함께했다. 김원기 김형오 박희태 강창희 정세균 문희상 등 전직 국회의장이 함께한 자리였다.

여야가 디데이로 삼았던 제헌절 당일까지 원구성 협상 타결을 하지 못한 가운데 대화에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김 의장은 이날 내로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을 여야 지도부에 당부했고, 권 대행은 '선 대정부질문, 후 상임위 선출 협의'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협상 과정에서 충돌해온 권 대행과 박 원내대표 사이에는 환담 내내 미묘한 '불꽃'이 튀었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권 대행이 환담장에 도착해 박 원내대표와 악수 인사를 나누자,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 부의장이 웃으며 "눈을 좀 마주치시라"고 말했다.

원구성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며 공개 충돌한 두 사람 사이를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맨날 눈 마주친다.

불꽃이 튀어서 문제지"라며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뒤이어 권 대행은 이 비대위원장이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축하는 뭘"이라며 "매일 우리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혼나고 야단맞고"라며 너스레를 떨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당사자인 박 원내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없이 김 부의장과 대화를 이어갔다.
권 대행은 이어진 이 비대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부터 시작하고, (원구성) 합의가 되면 (상임위원장단을) 뽑으면 되는데 한꺼번에 하려고 그런다"고 언급하며 우 비대위원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에 우 비대위원장은 손짓으로 박 원내대표를 가리키며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권 대행은 "아니 대표(비대위원장)가 좀 결단을 내려줘야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권 대행은 이후에도 박병석 전임 국회의장 때 임명된 민주당 출신의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을 두고 "이 총장이 빨리 식물총장 면하게 해달라고 했다.

더는 하기 싫다고 한다"며 우 비대위원장을 향해 발언을 이어갔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김 의장은 "본회의 날짜는 기입을 해놨는데, 본회의를 여는 열쇠가 아직 도착을 안 했다"며 원 구성 지연 상황에 대해 에둘러 지적했다.

이에 권 대행은 "그러니까 원내대표 연설을 하고 대정부질문을 하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협의하면 되지 않나"라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고, 박 원내대표는 이번에는 "그것도 방법인데"라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김 의장은 "다른(전직) 국회의장이 계실 때 앞에서 약속하고 오늘 중에는 (협상을) 마무리 짓자"고 당부했고, 이후 비공개로 이어진 환담은 약 4분 뒤 종료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후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식에 함께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약 50분간 진행된 기념식에서 권 대행은 옆자리에 앉은 우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주로 권 대행이 말하고 우 비대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는 편이었고, 우 비대위원장은 이후 자신의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메모하기도 했다. 다만 '협상 카운터파트'인 권 대행과 박 원내대표 사이 행사장에서 직접 대화는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