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또…강북구 대단지 아파트 경비원 대량 감원 추진

"최저시급 인상 불가피"…강북구노동인권네트워크 "예고도 없고 안내도 부적절"
사진=한국경제DB
서울 강북구에 있는 약 4천 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경비원 대량 감원을 추진 중이다.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18일 강북구노동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아파트는 이날부터 22일까지 입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향후 아파트 경비체계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비 인력을 현원 87명으로 유지하는 안과 37명으로 감축하는 '통합경비 인력 운영안'을 두고 입주민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인력 감축 시 경비원들은 현재처럼 2인 1조로 각 동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2∼3개 동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 대신 전문 보안업체의 순찰 시스템이 도입되고 재활용 분리수거와 청소, 제설 작업 등을 맡을 미화원 17명이 별도 채용될 전망이다.

입주자대표회가 아파트에 게시한 안내문에 따르면 인력 감축 시 경비비 규모는 한 달 기준 2억3천680만원에서 1억6천576만원으로 약 30% 절감되는 것으로 추산됐다.안내문에는 내년도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었다는 설명도 있다.

한편 인력 감축안의 기대효과로 '청결한 보안요원과 젊은 아파트 이미지', '전문 브랜드 보안업체가 지키는 이미지(아파트 가치 상승에 기여)', '단지 내 위험 지역 체계적 순찰' 등이 안내문에서 제시됐다.

단점으로는 '동 주변 제설 작업 어려움'이라고 적었다.기존 체계의 기대효과로는 '휴게시간 외에 초소 주변 모니터링 가능', '각 동 초소 주변 청소 가능', '동 주변 제설작업' 등이 제시됐고, 단점으로는 '범죄 예방과 대처 능력 약화', '낮은 급여와 고연령 근무자로 체계적인 순찰 불가' 등이 나열됐다.

강북구노동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87명 중 50명만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원을 다 내보낸 뒤 특정 보안업체 소속으로만 37명을 채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근무자 중에서 얼마나 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비원들과 사전에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모르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며 "안내문이 인력 감축안의 장점만을 부각하면서 마치 나이 드신 분들 때문에 아파트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식으로 작성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경비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K북한산시티는 총 3천830가구로 47개 동짜리 아파트 단지다.2015년과 2020년에도 경비원 감원 논의가 있었지만 입주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