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시설 열악…10명 중 1명 부당한 군기훈련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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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국방정책 결정권자 사고 전환해야"
군 신병훈련소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훈련병들은 대체로 인권이 양호하게 보장된다고 평가했으나, 부당한 군기 훈련과 열악한 시설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인권위는 용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육·해·공군·해병대 훈련병 1천348명과 훈련소 운영요원 47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설문·전화조사 등으로 진행한 '2021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 생활관 화장실 수 부족…침대형 개선사업 진행 더뎌
연구 결과 각 군 신병훈련소 생활관 시설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머물렀다. 훈련병 4명 중 1명(25.8%)은 생활관 1인당 생활면적이 좁다고 느꼈다.
또 목욕 및 샤워 시설도 사용 인원 대비 공간면적이 좁아 불편하다는 응답이 28.0%였다.
특히 해군은 목욕·샤워 시설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23.5%였고, 육군훈련소도 온수 공급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24.2%였다. 화장실 수도 부족했다.
훈련병 4명 중 1명(26.1%)은 사용 인원보다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해군은 56.8%가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생활관 시설에서 화장실이 주요 문제로 제기되는 이유는 인원수 대비 화장실 대변기 개수가 충분하지 못하고, 잦은 고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숫자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대변기 수를 늘리고 고장 난 시설은 즉시 수리 가능하도록 시설보수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2005년 병영문화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침상형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침상형 생활관이 58.8%로 침대형(41.2%)보다 많았다.
육군훈련소는 침대형으로 일부 개선했지만, 기존 생활관에 2층 침대를 설치하다 보니 1인당 생활공간이 좁아지고 천장 높이가 낮아져 2층 침대에서 생활하는 훈련병들은 고개조차 제대로 들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급식 만족도는 56.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훈련병들은 공통으로 급식량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방부가 병사 1인당 1일 주식 기준량을 300g으로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활동량이 많고 영내 매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훈련병들에게는 부대 급식이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급식 기준량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과 후 개인 정비 시간도 23.7%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특히 공군과 해군 훈련병은 각각 61.5%와 35.3%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 훈련병 인권상황 비교적 양호…조교·교관 인권교육 필요 훈련소 내 훈련병의 인권상황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부당한 군기 훈련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훈련병의 전반적인 인권보장 수준에 대해 훈련병 10명 중 8명(78.9%)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해병대 훈련병들은 97.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공군 훈련병은 부정적인 응답이 49.0%로 긍정(38.3%) 응답보다 많았다.
입대 전 생각했던 것과 비교할 때 훈련병의 실제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훈련병 10명 중 6명(60.4%)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다고 답했다.
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성희롱·성추행 등을 경험한 훈련병은 극소수였으나 부당한 군기 훈련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11.5%로, 인권침해 유형 중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구타·가혹행위·부당한 군기 훈련 등은 주로 조교에 의해 이뤄지고, 성추행과 성희롱은 교관에 의해 이뤄졌다"며 "교관과 조교의 임무 투입 전 직무교육에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수시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침해 피해를 목격했을 때 보고 혹은 신고했는지에 대해서는 94.1%가 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군대에서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돼서'(44.9%), '보고나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7.0%),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오히려 처벌받을 것 같아서'(11.2%) 등 순으로 많았다.
연구진은 "인권침해 피해를 봤을 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침해피해 구제제도에 대한 인식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면 훈련소가 민간인을 군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곳이라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자녀와 형제자매가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해줄 것은 해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도록 국방정책 결정권자들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개별·구체적 사안을 검토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군 신병훈련소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훈련병들은 대체로 인권이 양호하게 보장된다고 평가했으나, 부당한 군기 훈련과 열악한 시설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인권위는 용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육·해·공군·해병대 훈련병 1천348명과 훈련소 운영요원 47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설문·전화조사 등으로 진행한 '2021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 생활관 화장실 수 부족…침대형 개선사업 진행 더뎌
연구 결과 각 군 신병훈련소 생활관 시설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머물렀다. 훈련병 4명 중 1명(25.8%)은 생활관 1인당 생활면적이 좁다고 느꼈다.
또 목욕 및 샤워 시설도 사용 인원 대비 공간면적이 좁아 불편하다는 응답이 28.0%였다.
특히 해군은 목욕·샤워 시설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23.5%였고, 육군훈련소도 온수 공급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24.2%였다. 화장실 수도 부족했다.
훈련병 4명 중 1명(26.1%)은 사용 인원보다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해군은 56.8%가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생활관 시설에서 화장실이 주요 문제로 제기되는 이유는 인원수 대비 화장실 대변기 개수가 충분하지 못하고, 잦은 고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숫자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대변기 수를 늘리고 고장 난 시설은 즉시 수리 가능하도록 시설보수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2005년 병영문화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침상형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침상형 생활관이 58.8%로 침대형(41.2%)보다 많았다.
육군훈련소는 침대형으로 일부 개선했지만, 기존 생활관에 2층 침대를 설치하다 보니 1인당 생활공간이 좁아지고 천장 높이가 낮아져 2층 침대에서 생활하는 훈련병들은 고개조차 제대로 들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급식 만족도는 56.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훈련병들은 공통으로 급식량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방부가 병사 1인당 1일 주식 기준량을 300g으로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활동량이 많고 영내 매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훈련병들에게는 부대 급식이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급식 기준량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과 후 개인 정비 시간도 23.7%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특히 공군과 해군 훈련병은 각각 61.5%와 35.3%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 훈련병 인권상황 비교적 양호…조교·교관 인권교육 필요 훈련소 내 훈련병의 인권상황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부당한 군기 훈련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훈련병의 전반적인 인권보장 수준에 대해 훈련병 10명 중 8명(78.9%)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해병대 훈련병들은 97.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공군 훈련병은 부정적인 응답이 49.0%로 긍정(38.3%) 응답보다 많았다.
입대 전 생각했던 것과 비교할 때 훈련병의 실제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훈련병 10명 중 6명(60.4%)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다고 답했다.
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성희롱·성추행 등을 경험한 훈련병은 극소수였으나 부당한 군기 훈련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11.5%로, 인권침해 유형 중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구타·가혹행위·부당한 군기 훈련 등은 주로 조교에 의해 이뤄지고, 성추행과 성희롱은 교관에 의해 이뤄졌다"며 "교관과 조교의 임무 투입 전 직무교육에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수시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침해 피해를 목격했을 때 보고 혹은 신고했는지에 대해서는 94.1%가 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군대에서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돼서'(44.9%), '보고나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7.0%),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오히려 처벌받을 것 같아서'(11.2%) 등 순으로 많았다.
연구진은 "인권침해 피해를 봤을 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침해피해 구제제도에 대한 인식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면 훈련소가 민간인을 군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곳이라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자녀와 형제자매가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해줄 것은 해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도록 국방정책 결정권자들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개별·구체적 사안을 검토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