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KS 동료들은 떠났지만'…키움 문성현 "올해가 더 끈끈"

1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57…키움 불펜 '핵심'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전반기를 2위로 마친 키움 히어로즈 돌풍의 중심에는 문성현(31)이 있다. 프로 연차로 따지면 정찬헌(32)에 이어 투수조 2번째, 히어로즈에 몸담은 햇수는 2010년에 입단했으니 전체 선수단에서 가장 오래된 선수다.

입단 첫해부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2경기에 출전했던 문성현은 2016년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거의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면서 잊힌 '미완의 대기'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반기 38경기에서 1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57로 활약하며 조상우가 빠진 히어로즈 불펜의 수호신으로 거듭났다. 세부 지표도 리그 최정상급이다.

34⅓이닝을 던져서 홈런은 단 1개만 맞았고, 이닝당 출루 허용(WHIP·0.93)과 피안타율(0.179) 모두 특급 불펜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딱 1개뿐인 블론세이브도 문성현이 셋업맨으로 뛰던 4월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회 기록했을 뿐, 이후 마무리 투수로 전업한 뒤에는 팀 승리를 100% 지켜내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인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문성현은 전반기를 부상 없이 보낸 것에 만족한다면서 "몸을 충분히 풀고 마운드에 올라가고, 안 아프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면서 잘 쉰 덕분"이라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 해보는 마무리를 척척 해내는 비결로는 "(9회에 등판해도) 지금이 7회라고 주문을 외고 던진다"고 했다.

왜 하필 7회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씩 웃으며 "시즌 초반에 계속 7회라고 생각하고 나갔기 때문"이라며 "팽팽한 경기라도 덕분에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성현을 비롯해 올해 키움 불펜은 명실상부한 리그 최정상급이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LG 트윈스(3.11)에 이어 3.27로 키움이 2위이며, 구원투수가 추가한 승리 확률(WPA)은 6.3승으로 이 부문 2위인 LG(3.92승)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문성현은 "우리 불펜 투수들의 역량이 뛰어난 덕분이고, 거기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반기 키움 불펜의 활약 비결을 설명했다.

"동료들이 나가서 잘던지고 하면 다음 투수가 또 잘 던지고, 이런 것들이 전반기 내내 쌓이다 보니 자신감도 붙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팀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꾸준히 가을야구에 가는 강호로 발돋움했지만,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다.

문성현은 한현희(29)와 함께 팀에 딱 둘만 남은 '2014년 한국시리즈' 경험자다.

2014년 당시 정규시즌 9승을 거둔 문성현은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도 무실점 행진을 펼쳤지만, 팀은 삼성 라이온즈에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때를 떠올리며 문성현은 "2014년에는 (박)병호 형, (강)정호 형, (서)건창이 형까지 개인 성적이 좋은 선수가 많았다면, 올해는 (이)정후가 있어도 2014년만큼 개인 성적이 좋은 선수는 없다"고 짚었다.

대신 "그때보다는 올해가 더 끈끈하게 똘똘 뭉쳐서 가는 조직력이 좋다"고 했다.

문성현의 후반기 목표는 아프지 않고, 웃으며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그는 "2014년 못한 그것(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다면 더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