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책임회피 말고 하청업체와 단체교섭 나서야"

민변 노동위원회 등 기자간담회…"대법원 판례·ILO 권고상 원청이 사용자"
대우조선해양이 사내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등은 20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사내하청이라는 고용 시스템은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봉건적인 형태로, 일반적인 자유시장경제 구조가 아니다"라며 "독립된 사업자가 아니라 원청에만 의존하는 사내하청업체는 페이퍼컴퍼니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와 교섭을 해봤자 소용이 없어 다시 원청업체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게 되는데, 원청업체는 '법적 책임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장난을 친다"며 "결국 피해는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이익은 원청업체에 돌아간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10년 판례에서 조선소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관계에서 노동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중략)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판례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단체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범죄에 해당한다"며 "즉각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정부가 사태를 방치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의지할 데가 없어져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소속 윤애림 박사는 "국제노동기구(ILO)는 사내하청이라는 불법적·악질적 간접 고용 형태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에 시정을 권고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원청의 단체교섭을 촉진하기는커녕 부당노동행위를 조사·감독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과 전임자 등 노조활동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지회는 지난달 18일부터는 옥포조선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1도크(산벅건조장)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조합원 6명은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10m가 넘는 구조물에 올라가서 농성 중이고, 유최안 부지회장은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만들고는 그 안에 들어가 쇠창살로 입구를 용접한 채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윤 박사는 "노동자들은 1년 넘게 사내하청업체와 교섭했지만, '원청이 올려주지 않으면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얘기만 돌아왔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7명이 고공 농성을 하거나 좁은 철창살 안에 자신을 가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LO 결사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면서 노동자의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한 정부의 후안무치와 뻔뻔함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