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휴대용 선풍기 20종 모두 인체 안전 전자파기준 충족"(종합)

환경보건시민센터 '문제 제기 제품' 포함해 국제 기준 2.2∼37% 수준
"환경단체 측정법, 국제표준 부적합…수준이 달라" 센터는 '반박 시연' 예고

'암을 유발하는 수준의 전자파가 발생한다'고 한 환경단체가 주장한 휴대용 선풍기들이 측정 결과 모두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1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안전 검증 결과' 브리핑을 열고 시중에 유통 중인 휴대용 선풍기 20개(목 선풍기 9대, 손 선풍기 11대)에 대한 전자파 측정 결과 모두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국제기준 최대 37% 수준
정부 측정 결과 이들 선풍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제품별로 국제 권고 인체보호기준의 2.2∼37% 수준이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검증'한 제품 10개(목 선풍기 4대, 손 선풍기 6대)는 국제 기준의 6.7∼37%, 과기정통부가 추가로 검증한 10개(목 선풍기 5대, 손 선풍기 5대)는 2.2∼34.8% 수준으로 측정됐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목선풍기와 손선풍기 모두 최악의 조건, 즉 인체와 선풍기가 밀착하고 선풍기의 바람 속도가 최대인 상태에서 측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센터는 지난달 26일 시중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를 자체 측정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 발암유발기준 이상의 전자파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측정결과에 따르면 목 선풍기에서는 최소 3.38∼최대 421.20mG(밀리가우스), 평균 188.77mG의 전자파가, 손 선풍기에서는 최소 29.54∼최대 1천289mG, 평균 464.44mG 수준의 전자파가 나왔다. 단체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전자파를 '발암가능'(2B·'possibly carcinogenic')로 분류했으며, 4mG 이상의 전자파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 과기부, 환경단체 측정법 '부정확' 지적
문제 제기 당일에 과기정통부는 해당 제품들을 포함해 전자파 유해 여부를 검증하겠다는 측정 계획을 밝히고 지난달 27∼29일 총 20개 제품에 대해 측정을 진행했다.

측정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IEC 62233)과 동일한 국립전파연구원 측정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 센터의 측정 결과와 관련해 국제생체전자파학회 회장을 지낸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시민단체에서 기준으로 활용한 4mG는 소아백혈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학적 연구 결과 중 하나"라면서 "인체보호기준은 WHO의 권고에 따라 대부분 국가가 채택한 국제 기준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또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사용했다는 측정 방법은 선풍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주파수를 구분해 측정할 수 없는 데다가 전자파 측정 안테나 크기도 국제표준 조건에 크게 못 미쳐 정확한 측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기회 국립전파연구원 전자파협력팀 연구원은 "센터에서 사용한 계측기는 국제기구의 측정표준에 적합한 측정기기가 아니다"라면서 "시중에서 국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주파수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주파수에서 얼마가 나왔는지를 측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우혁 국장은 "죄송한 이야기지만 (환경단체가 사용하는) 17만원짜리하고 (과기정통부가 사용하는) 3천만원짜리 장비하고 갖다 대는 게 수준이 다른 상태라는 걸 전제해 달라"고 부연했다.

휴대용 선풍기가 아닌, 일반적인 스탠드형 선풍기 등에서는 인체보호기준에 비해 어느 정도의 전자파가 나오느냐는 질문에 김 연구원은 "통상적인 조건에서 사용하면 (기준의) 1∼2% 수준"이라면서 전자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과기부 "장기 노출 우려도 없어"…환경단체, 불복 기자회견 예고
이날 브리핑에서는 국제 표준만 통과하면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전자파 장기노출'과 관련해 인체에 위험은 없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백정기 충남대 전파정보통신공학과 명예교수는 "국제적 인체보호기준과 우리나라 기준은 장기적인 노출의 건강영향을 모두 고려한 것"이라면서 "4mG라는 것은 특정 연구 그룹에서 나온 하나의 연구 결과이기에, 과학적 증거가 부족해서 WHO와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ICNIRP)에서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세계 대부분 국가는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을 제·개정하는 국제기구인 ICNIRP의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ICNIRP의 1998년 기준을 준용해 기기의 주파수 대역별로 30㎐는 1천666mG, 60㎐는 833mG, 200㎐는 250mG, 800㎐는 62.5mG를 인체보호기준으로 두고 있다.

최 국장은 "ICNIRP는 2010년에 60㎐ 기준을 2천mG로 완화했는데, 우리는 보다 엄격한 이전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해 달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휴대용 선풍기 사용에 대한 국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번 검증을 진행했다"면서 "향후에도 신기술을 활용한 여러 소형가전, 계절 상품,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가전제품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공개해 전자파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다른 전기·전자기기도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초과하는 것이 확인되면 조사와 시정 명령, 벌칙 부과 등을 통해 안전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대역별 전자파 측정치를 공개하지 않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면서 2일 오전에 재차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측정 시연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