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무늬만 증산'…바이든, 사우디 가서 게·구럭 다 잃었나
입력
수정
인권소신 꺾고 사우디행… 미 언론 "결국 굴욕" 냉소
경기·수급 변수 고려하더라도 '모욕적 정치 제스처' 관측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고유가를 억제하려고 인권증진 신념에도 역행해가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모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3일(현지시간) 정례 회의를 열고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7월, 8월 증산량(하루 64만8천 배럴)의 15%에 불과해 증산 속도를 거의 제동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음에도 미미한 증산 결정이 나온 것은 '굴욕'이라고 표현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사이좋게 지내려는 정치적 도박이 미국인들이 주유소에서 느낄만할 의미 있는 식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평가했다.
에네지 컨설팅그룹인 '래피던에너지그룹'의 밥 맥널리 회장은 이번 증산 규모에 대해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며 퍼센티지 기준으로 OPEC 역사상 가장 작은 증산 폭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시장 분석기업 케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에는 굴욕이다.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난 (사우디) 방문은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라드 알카디리도 "(증산 규모가) 무의미할 정도로 너무 작다"며 "물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미한 감소고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하자면 거의 모욕적"이라고 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OPEC이 증산 결정을 하리라고 확신한다"(지난달 중순 CBS 인터뷰)고 말했던 아모스 호치스타인 국무부 에너지안보 특사는 '이날 OPEC+ 결정으로 미국 유가에 영향이 있냐'는 CNN 질문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OPEC+이 증산 속도를 늦추기로 한 배경에도 여러 근거가 고려됐을 수 있다.
최근 경기침체가 번지면서 에너지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유가는 다소 진정 추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회의에 앞서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경기 침체 우려와 코로나19 재확산 추세 등을 이유로 하루 10만 배럴 증산을 권고한 바 있다.
또 일각에서는 사우디와 OPEC+이 최근 증산을 거듭하면서 생산 여력이 떨어진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OPEC+는 "추가 생산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매우 신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OPEC+이 사우디가 이끄는 OPEC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라는 특성상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점을 맞춰가야 한다는 점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 수익에 기대는 러시아로서는 유가가 높아야 이득이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평가는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CNN은 "OPEC+의 미미한 증산의 배경이 무엇이든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못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한자리에 있기로 했을 때 그가 원하던 것을 얻었다고 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물어 사우디를 '왕따'(pariah)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카슈끄지의 암살을 지시한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했다.
글로벌 인권 증진을 일생의 과제로 제시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한 데 이어 무함마드 왕세자도 만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고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 원유 증산 협조를 구하려고 타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면 악재로 작용한다는 위기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친 뒤 증산 요청에 확답을 받지 못해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비판이 일자 미국 정부는 OPEC이 증산할 여지가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회적으로 사우디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인권 대통령' 정체성까지 희석하고 국내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사우디행을 강행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날 OPEC+이 제시한 계획은 기대와 한참 어긋난 수치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미국 안팎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끝났을 때부터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한 상태였다.
/연합뉴스
경기·수급 변수 고려하더라도 '모욕적 정치 제스처' 관측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고유가를 억제하려고 인권증진 신념에도 역행해가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모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3일(현지시간) 정례 회의를 열고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7월, 8월 증산량(하루 64만8천 배럴)의 15%에 불과해 증산 속도를 거의 제동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음에도 미미한 증산 결정이 나온 것은 '굴욕'이라고 표현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사이좋게 지내려는 정치적 도박이 미국인들이 주유소에서 느낄만할 의미 있는 식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평가했다.
에네지 컨설팅그룹인 '래피던에너지그룹'의 밥 맥널리 회장은 이번 증산 규모에 대해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며 퍼센티지 기준으로 OPEC 역사상 가장 작은 증산 폭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시장 분석기업 케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에는 굴욕이다.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난 (사우디) 방문은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라드 알카디리도 "(증산 규모가) 무의미할 정도로 너무 작다"며 "물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미한 감소고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하자면 거의 모욕적"이라고 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OPEC이 증산 결정을 하리라고 확신한다"(지난달 중순 CBS 인터뷰)고 말했던 아모스 호치스타인 국무부 에너지안보 특사는 '이날 OPEC+ 결정으로 미국 유가에 영향이 있냐'는 CNN 질문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OPEC+이 증산 속도를 늦추기로 한 배경에도 여러 근거가 고려됐을 수 있다.
최근 경기침체가 번지면서 에너지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유가는 다소 진정 추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회의에 앞서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경기 침체 우려와 코로나19 재확산 추세 등을 이유로 하루 10만 배럴 증산을 권고한 바 있다.
또 일각에서는 사우디와 OPEC+이 최근 증산을 거듭하면서 생산 여력이 떨어진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OPEC+는 "추가 생산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매우 신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OPEC+이 사우디가 이끄는 OPEC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라는 특성상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점을 맞춰가야 한다는 점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 수익에 기대는 러시아로서는 유가가 높아야 이득이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평가는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CNN은 "OPEC+의 미미한 증산의 배경이 무엇이든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못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한자리에 있기로 했을 때 그가 원하던 것을 얻었다고 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물어 사우디를 '왕따'(pariah)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카슈끄지의 암살을 지시한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했다.
글로벌 인권 증진을 일생의 과제로 제시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한 데 이어 무함마드 왕세자도 만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고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 원유 증산 협조를 구하려고 타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면 악재로 작용한다는 위기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친 뒤 증산 요청에 확답을 받지 못해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비판이 일자 미국 정부는 OPEC이 증산할 여지가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회적으로 사우디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인권 대통령' 정체성까지 희석하고 국내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사우디행을 강행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날 OPEC+이 제시한 계획은 기대와 한참 어긋난 수치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미국 안팎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끝났을 때부터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한 상태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