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금리 인상 안도랠리?…"더 무서운건 달러 유동성 축소"

월스트리트 따라잡기

"美 양적긴축에 다시 강달러…경제 바닥론 아직"
"무언가 깨질 때까지 세계 금융 시스템 압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쏘아 올린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향후 축소되는 유동성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리 인상보단 긴축에 따른 유동성 압박이 자산에 타격을 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임무 수행 중인 파월'(Powell On A Mission)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BoA는 "달러 부채가 많은 세계 경제에서 통화량 축소가 가져올 달러 부족은 무언가가 깨질 때까지 세계 금융 시스템에 점점 더 많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패턴과 유사

앞서 Fed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6월에 이어 2회 연속 75bp 금리인상을 단행,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앞으로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임을 시사해 금리 급등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을 완화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어느 시점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그리고 다음번 금리 인상 규모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기보다는 회의할 때마다 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도 시장에선 긴축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Fed 전망에 따르면 내년 양적긴축에 따라 시장 유동성이 1조 달러 이상 줄어들 것으로 봤다.

최근 40년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체감 중인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크게 6차례의 고물가 상황을 경험했다. 앞선 6차례의 물가 상승기를 촉발시킨 원인을 분석해보면 고유가와 공급 부족, 수요 증가, 통화정책, 재정정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시작된 현재 미국의 일곱 번째 물가 상승기는 이 모든 요인이 거의 다 중첩돼 있는 상황이다.

BoA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올 상반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과거 1947년처럼 공식적인 경기 침체 선언 없이, 두 분기 연속 GDP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려운 양적긴축…달러화 부족 우려

문제는 양적긴축이 지속될 경우 통화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Fed가 시중의 통화를 대거 회수함에 따라 달러화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화폐가치가 절하될 수 있다. 양적긴축은 시중의 유동성을 줄여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이 경우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에 속하는 국가의 화폐는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게다가 강달러로 인해 역환율 전쟁이 가속화될 경우 외환보유액만 축낼 수 있어, 달러 유동성 부족과 같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만약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대외 지급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BOA는 "내년 유례없는 양적긴축으로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달러 부채가 많은 세계 경제에 통화량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한 달러 부족은 세계 금융 시스템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Fed가 유동성 축소를 중단하기 전에 경제가 바닥을 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