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과 문정희가 이끄는 액션스릴러 '리미트'

연주(진서연 분)는 외교관 남편과 사이에 어린 딸 하나가 있다.

딸의 건강 이외에 남부럽지 않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밤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자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한다.

현금 3억 원을 요구하는 유괴범의 전화를 받고 쇼크로 쓰러져 입원한다.

싱글맘 소은(이정현)은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관이지만 아들 학원비라도 더 벌기 위해 부업으로 다단계 판매를 한다. 연주 딸의 실종 사건을 맡은 수사팀장 성찬(최덕문)은 소은에게 연주 대역으로 유괴범과 협상을 지시한다.
유괴범이 소은의 목소리를 알아채면서 사건이 본격 펼쳐진다.

자신의 아들마저 유괴당한 소은은 경찰 아닌 엄마로서 독자적으로 유괴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아들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공범이라는 오해까지 감수한다.

범죄집단을 이끄는 인물은 혜진(문정희)이다.

공식 직업은 보건교사지만, 숙식을 함께 하는 준용(박명훈)·명선(박경혜)과 아이들을 유괴하고 돈을 챙기는 브로커다. '리미트'는 여성 배우 세 명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액션을 가미한 스릴러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영화다.

일본 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한 관계 설정과 반전 등 이야기의 밑그림은 비교적 촘촘하다.

연주의 딸이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점, 연주의 딸과 소은의 아들이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점 등이 사건의 연결고리가 된다.
영화는 경찰관보다 엄마로서 정체성이 두드러지는 소은은 물론, 범죄집단 수괴인 혜진에게도 모성애 또는 가족애라는 명분을 부여한다.

짧은 러닝타임 탓인지 인물들 전사가 생략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얼개에 비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매끄럽지 못하다.

아동유괴라는 형사사건이 스토리의 중심인데도 일부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가 몰입을 방해한다.

준용과 명선의 정신상태로 미뤄볼 때 이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들의 액션 시퀀스는 완성도와 별개로 이야기의 맥락에 녹아들지 못한다.
그동안 착하고 순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문정희는 표정과 말투·목소리로 밤낮이 다른 악인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하비에르 바르뎀을 연상시키는 분장의 박명훈과 통제불능 빌런을 연기한 박경혜 등 악역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영화는 실종아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이승준 감독은 "주인공이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서 처절하게 추격한다"며 "소은의 그 처절한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1일 개봉. 87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