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기둥에서 물감 그릇 발견…"단청 그린 후 잊고 놔둔 듯"

보물 대광명전 천장 쪽 기둥에서 발견…1759년 사용 추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에서 조선시대 채기(彩器·물감그릇)가 발견됐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통도사 중로전 중심전각이면서 보물인 대광명전(大光明殿)에서 조선시대 채기 1점을 찾아냈다고 8일 밝혔다.

통도사는 지난 7월 대광명전 단청 기록화 조사사업을 하던 중 이 채기를 발견했다.

성보박물관은 현재 대광명전 후불탱화, 단청, 본존불 개금이 1759년 이뤄졌다는 통도사약지(通度寺略誌) 기록에 근거에 1759년 중수 과정에서 이 채기가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대광명전 후불벽 고주기둥 상부 주두(장식 자재) 위에 채기가 얹힌 상태였다.
천장 쪽 기둥 위쪽에 채기가 놓여 있어 밑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성보박물관은 채기 발견은 1974년 경주 월지에서 통일신라 시대 단청용 그릇이 발견된 후 이번이 두 번째인 것으로 추정했다. 직경 15㎝, 높이 7.5㎝, 굽 직경이 5.5㎝인 이 채기는 조선 후기 백자분청사발에 속하며 당시 전형적인 막사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성보박물관은 그릇 안쪽에 쌓인 먼지, 채기 안 말라붙은 안료 상태 등으로 볼 때 1759년 시행된 단청 공사 때 단청화승(단청을 그리는 승려)이 고주 주두에 놓은 채로 공사를 마친 후 잊어버린 것으로 봤다.

성보박물관은 이 채기 발견으로 당시 단청에 사용된 안료와 색을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방법 등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성보박물관은 9일 통도사에서 채기 발견 의의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