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반에 붙은 '노란 딱지'는 실력 보증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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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의 3분 클래식대형 음반점의 클래식 코너에서 유난히 자주 보이는 ‘노란 딱지’가 있다. 클래식 음반 커버 한 구석에 작지만 선명하게 붙어 있는 튤립이 그려진 노란 라벨. 이 라벨의 정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레이블(음반회사) 중 하나인 ‘도이체 그라모폰(DG)’ 로고다.
최고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
1898년 설립된 명망 높은 음반사
실력 검증된 아티스트 앨범만 내
카라얀·번스타인·조성진 등 발매
클래식 음악계에서 도이체 그라모폰 딱지가 붙은 음반은 믿고 들을 만한 품질의 상징처럼 평가받는다. 1898년 설립된 이 레이블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권위 있는 독일 음반사로 축음기의 한 종류인 ‘그라모폰’을 발명한 에밀 베를리너에서 출발했다. 120여 년간 전설적인 지휘자나 연주자들과 협업하면서 이름값을 높였다. 역사가 오래됐을 뿐 아니라 아티스트를 선별하는 기준이 깐깐한 것으로 유명하다. 클래식 연주자에게는 도이체 그라모폰에 소속됐다거나 이곳을 통해 음반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실력 보증수표’인 셈이다.도이체 그라모폰을 설명할 때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카라얀은 1959년 도이체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고 30년 동안 330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 녹음된 1963년 음반은 클래식 음반사(史)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성공을 거뒀다.
카라얀의 라이벌로 꼽히기도 하는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 칼 뵘, 뉴욕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이끈 레너드 번스타인 등 도이체 그라모폰과 함께 작업한 세계적 지휘자들은 한손으로 꼽기 어렵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유자 왕 등 유명 피아니스트들과도 전속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도 도이체 그라모폰의 ‘노란 딱지’를 받은 아티스트들이 있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이듬해 도이체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 정명훈도 1990년대부터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앨범을 발매했다.도이체 그라모폰 외에도 다양한 클래식 레이블이 있다. 영국의 레이블 ‘데카’는 오페라 음반으로 유명하다. 워너뮤직그룹 등에 인수돼 현재는 ‘워너 클래식’으로 불리는 ‘EMI’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이블이다. 소니뮤직그룹 산하의 ‘소니 클래식’도 있다.
요즘 유명한 아이돌 그룹을 비롯한 대중 가수들은 어느 소속사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음악 색깔과 전반적인 콘셉트가 갈린다.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지휘자나 연주자가 어느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냈는지, 여러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표했다면 각각의 특성이 어떤지 비교하며 듣는 것도 클래식을 듣는 재미가 될 수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