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집중호우] "말려서 쓸 수만 있다면 하나라도 더 건져야죠"

용인·여주·안양 등 경기 수해현장 복구작업 구슬땀
"장비·일손 부족에 응급복구만…얼마나 걸릴지 막막"

"말려서 쓸 수만 있다면 하나라도 더 건져야죠."
석기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본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고기교 인근에서 10일 오전 만난 A씨는 건물 내부에 고인 물이 덜 빠져 양수기를 설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은 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가 이날 소강상태로 보이면서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난간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고기교를 건너자 석기천변 상가는 수마가 핥고 지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상가 내부 침수된 후 물이 빠져 흙더미가 그대로 남은 상태였고, 상가 주변으로는 산에서 떠내려온 수목과 잡풀이 무성했다.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마치 새로 생긴 하천처럼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곳곳에서 지게차와 굴착기를 동원한 토사 제거가 한창이었지만 복구하는 데 얼마나 더 걸릴지 예단하기 어려워 보였다. 고기교 앞에서 3년여 전부터 마트를 운영해 온 A씨는 "그제부터 내린 비로 내부에 흙탕물이 차 내부 집기류는커녕 상품들도 팔 수 없게 됐다"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마트 옆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선 직원들이 내부에 있던 소파와 책상을 밖으로 꺼내 깨끗한 물로 씻고 말리는 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기동 주민 B씨는 "여기저기서 집기류를 끄집어내고 물로 씻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상태"라며 "도로에 흘러내려 오는 물은 중장비를 동원해 물길을 만들어 줘야 하는 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용인에는 8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수지구 쪽에만 428mm의 비가 내려 도로 10곳이 침수되거나 파손됐고, 주택 27채와 차량 3대가 침수됐다.

주택침수로 발생한 이재민은 32명으로, 현재 7명은 지역 경로당이나 학교 등 임시 거주 시설에서 지내고 있고, 나머지는 자택에 머물거나 친척 집으로 대피한 상태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여주시 산북면 명품리 마을은 산사태로 끊어진 도로의 복구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산기슭 쪽 20여 가구가 여전히 고립된 상태다.

굴착기 2대와 덤프차 2대가 폭 3m 남짓의 이면도로를 연신 오가며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좁은 외길로만 오가며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복구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전날 낮부터 이어진 복구작업에 가까스로 도보 통행이 가능해지자 여주시는 고립된 주민들에게 물과 비상 식료품 등을 계속해 전달하고 건강 상태 등을 살피고 있다.

현재까지 고립 주민 중 건강 이상 등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명품리 주민 C(68)씨는 "산속에 고인 물이 폭포처럼 계속 쏟아지는 데다 길이 좁아서 동시에 쓸 수 있는 건 사실상 굴착기 한 대가 전부"라며 "그나마 어제부터 비가 좀 잦아들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명품리 인근 주어리 역시 전날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되며 20여 가구가 고립됐으나 현재는 차량 통행이 가능할 정도까지는 임시 복구가 이뤄진 상태다.

도로 일부가 무너진 용담천 제방과 상호리 지방도도 응급복구는 완료됐다.

최근 사흘간 평균 275㎜가 내린 시흥시에서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침수 피해를 본 주택의 생활용품을 치우고 청소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시흥에서는 총 455건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특히 신청동, 대야동, 군자동, 은행동, 과림동, 정왕1동 등 6개 동에서 182채의 주택이 침수됐다.

다행히 이재민은 21가구 5명에 그쳤다.

시는 침수된 주택의 복구 작업을 돕는 한편 도배와 장판 교체가 시급한 가구에는 최대 200만원의 재난지원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안양시도 이번 폭우로 535가구의 주택이 침수돼 이재민 76명이 발생했다.

시는 동행정복지센터와 학교 등에 이재민을 분산해 수용하고 담요 등 구호 물품을 긴급 지원했다.

또 전날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차량 150여대 가량이 물에 잠긴 비산동 모 아파트를 대상으로 배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수 작업이 끝나면 한국전력에서 임시가설 변압기를 설치해 승강기 전력을 우선 복구해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로 했다.
안산시도 반월동 침수 주택 85가구에 대한 긴급 복구에 나서는 한편 공무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피해 주택을 찾아가 집 안 청소, 쓰레기 수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일 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의 누적 강수량은 광주 546㎜, 양평 532.5㎜, 여주 495㎜, 성남 472㎜, 광명 456㎜, 의왕 451㎜, 군포 429㎜ 등이다.

이번 비로 경기도에서는 사망 4명, 실종 3명, 부상 3명 등 인명피해가 났으며 8개 시·군에서 176세대 31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천제방 파손이나 도로 유실 등 공공시설 38건, 주택 침수 등 사유시설 172건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