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일반재판 피해자도 검찰이 직권재심 청구(종합)

현행법은 '군사재판'만 직권재심 규정…한동훈 "일반재판 희생자도 직권재심" 지시
'일반재판' 피해자 1천여명도 구제 전망…"직권재심 확대, 정의·형평에 부합"
70여년 전 제주4·3사건 당시 군사재판뿐만 아니라 일반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피해자들도 검찰의 직권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0일 제주4·3사건 때 일반 재판에서 형을 선고받은 수형인들에 대해서도 직권재심 청구를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제주4·3사건은 1947∼1954년 제주도에서 발행한 소요사태와 무력 충돌,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 수천 명은 죄가 없음에도 재판을 통해 내란죄·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국회는 지난해 2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을 개정해 1948∼1949년 군사재판에서 형을 받은 수형인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검찰이 직권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 11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 수행단'을 설치했다.

합동 수행단은 제주4·3위원회로부터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에 적힌 2천530명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를 권고받아 자료 분석과 현장 조사에 나섰다.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군법회의 수형인 340명이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로 다시 법정에 섰고, 이 가운데 250명은 이미 무죄를 선고받았다.

업무 시스템이 정착돼 합동 수행단은 매월 60명가량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를 하고 있다.

이번 한 장관의 지시는 검찰이 군사재판 수형자뿐만 아니라 일반재판 피해자의 직권재심에도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제주4·3사건 형사재판은 1948년 정부 수립 이전까지 제주지방심리원과 광주지방심리원에서 관할했다가 정부 수립 후 제주지법·광주지법이 담당했다.

그러다 비상계엄 기간인 1948년 11월 17일부터 그해 12월 31일까지는 제주도에 설치된 군법회의로 모두 넘어갔고, 1949년 이후에는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 재판만 군법회의가 관할했다.

문제는 현행 4·3특별법이 '군법회의 수형인'에 대한 검찰의 직권재심만을 규정하고 있어 1천500여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일반재판 수형인' 가운데 재심이 청구된 경우는 4%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4·3사건 희생자나 유족은 스스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자료가 유실됐거나 불충분해 당시 판결문 등을 확보·해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재심 청구인 자격을 인정받기가 까다롭고 개별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문제도 있다.

대검찰청은 "명예회복과 권리구제 필요성에서 차이가 없는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를 확대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부합한다"며 "특별법상 재심 권고 대상이 아닌 일반재판 수형인도 군법회의 수형인과 함께 명예회복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재판 수형인의 직권재심 청구는 제주지검과 합동 수행단이 담당한다.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를 희망하는 일반재판 희생자·유족은 관할 검찰청을 방문해 직권재심 요청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다. 대검은 "제주4·3사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제주도청, 제주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소통·협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일반재판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의 요청에 부응해 화합과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