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입학' 빼고 내세운 '초등전일제'에도 교원단체들 "반대"

전교조 "학교에 책임 전가, 철회하라"…교총도 "지자체 방과후센터가 바람직"
정부가 거센 반발에 부딪힌 만 5세 입학 추진안을 사실상 철회한 가운데 방과후 수업 중심으로 '전일제 학교'를 전면 확대해 돌봄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1일 성명을 내 "학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초등 전일제학교 도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9일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보고하면서 논란이 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조정안은 제외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자 방과후·돌봄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학생들이 원하는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는 전일제학교 추진방안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2025년부터는 이를 모든 초교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맞벌이 학부모 수요를 반영해 초등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올해는 오후 7시, 내년에는 저녁 8시까지로 늘리고, 교육지원청 중심의 전담 운영체제를 마련해 학교와 교원의 관련 업무를 최소화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학교의 시설과 인력상 오후 8시까지 돌봄을 강화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자치단체에서 돌봄 교실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돌봄 수요가 높은 지역은 과밀학급, 거대학교인 경우가 많아 신축이나 증축 등이 아니라면 특별실을 돌봄교실로 변경하거나 돌봄 겸용교실을 늘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결국 정규교육과정을 침해하고 방과후 활동 및 돌봄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어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돌봄은 국가의 책무"라며 "장기적으로 국가책임 하에 예산을 확충하고 돌봄교실을 지자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학교와 교사에게 여전히 돌봄과 방과후학교 업무를 짐 지우는 방식"이라며 "교육청이나 별도 공공기관을 전담기관으로 둔다 해도 학교와 교사는 운영 주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책임과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사와 돌봄전담사간 업무 분담에 따른 문제가 초등전일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총은 "지금도 돌봄전담사와 업무, 책임 면에서 갈등이 있다"며 "여기에 교사 행정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행정인력을 배치한다면 또 다른 공무직과의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더 이상 보육인 돌봄, 사교육인 방과후학교를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초등 전일제학교가 아닌 방과후센터로 명명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는 공간을 지원하는 정도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오후 8시까지 아동을 학교에 두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2018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초등 저학년 휴식·놀이시간을 늘려 고학년과 함께 오후 3시에 하교하는 '더 놀이학교'(가칭)를 도입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전교조가 전국 초등학교 3~4학년 5천1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71.2%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쉬고 싶다.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였고, '학원 가는 시간이 늦어진다'가 뒤를 이었다. 전교조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미 과도한 학업 부담에 시달리고 있고, 교육을 위해 설계된 초등학교 시설이 학생의 돌봄과 쉼을 보장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초등 전일제학교는 아동의 행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 아동학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