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첫추억이 생겼어요"…울릉도 다문화가족 사진찍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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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로버재단, 울릉도서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
12년 동안 다문화가족 6천여 가구 사진 찍어
"좋고말고예.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추억을 남기는 건데예."
11일 오후 경북 울릉군가족센터에서 만난 중국 출신 이주여성 신춘영(32) 씨는 "2018년 남편과 결혼하고 나서 3년 넘게 미뤄둔 가족사진을 찍는 날"이라며 "뒤늦게나마 소원을 풀었다"며 웃었다. 2019년 7월에는 첫째 아들이 태어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겹쳐 제대로 된 돌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이날이 신 씨에게는 과거 결혼식과 돌잔치에서 남았던 아쉬움을 달래는 기회였던 셈이다.
신 씨는 "남편이 개인택시 기사라 워낙에 바쁘다"며 "조만간 육지에 나가서 찍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고 했다. 남편 안순남(43) 씨도 "하루 중 가장 대목인 퇴근시간대 영업을 쪼개서 왔다"며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운행을 나가야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오늘은 의미 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이사장 한용외)이 마련한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 스튜디오는 울릉도 다문화가족 10가구 32명이 낸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가족끼리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포즈를 논하기도 했다. '표정이 너무 굳었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고,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재단은 2010년 8월부터 매달 두 차례씩 전국을 돌면서 다문화가족 6천여 가구의 사진을 찍어왔지만, 울릉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핀 출신 조비타 카나오(44) 씨는 시어머니 김순자(77) 씨·아들 허성만(7) 군과 함께 촬영장을 찾았다. 그는 "어제 급하게 일하러 육지로 떠난 남편을 빼고 다 왔다"며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행복해하는 어머님 표정을 보고 마음이 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외출했으니 맛있는 저녁도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서너 명으로 구성된 가족들 가운데 1인 가구도 눈에 띄었다.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선 필리핀 출신 50대 베르기니아 페레즈 벨다 씨는 한 이사장의 "긴장 풀고 편히 계시라"는 채근에 이내 활짝 웃었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게 취미지만, 모델이 된 것은 처음이라 어색했다고 한다.
이곳이 고향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으나, 2010년께 사별하고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작은 낙을 찾기 위해 오늘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남편은 일찍 떠났지만, 여기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그리 외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이 끝나서 가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액자에 담아 사진을 준다'고 하더라"며 "거실 한 가운데 걸어둘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가족사진 촬영은 '원스톱 서비스'다.
한 이사장이 사진을 찍고 나면, 조영욱 작가가 곧바로 보정 작업에 나선다.
이어 다른 스태프들이 즉석에서 컬러 프린터로 A3 사이즈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7년째 사진 촬영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조 작가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오다 보니 장비 세팅과 촬영, 보정, 현상, 액자 제작까지 빈틈없이 돌아간다"며 "완성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액자를 받아든 다문화가족들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넬 때마다 이 일 하길 잘했다 싶다"고 말했다.
울릉군가족센터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 사는 다문화가족은 21가구 65명이다.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센터 관계자는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성장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섬을 떠나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등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12년 동안 다문화가족 6천여 가구 사진 찍어
"좋고말고예.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추억을 남기는 건데예."
11일 오후 경북 울릉군가족센터에서 만난 중국 출신 이주여성 신춘영(32) 씨는 "2018년 남편과 결혼하고 나서 3년 넘게 미뤄둔 가족사진을 찍는 날"이라며 "뒤늦게나마 소원을 풀었다"며 웃었다. 2019년 7월에는 첫째 아들이 태어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겹쳐 제대로 된 돌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이날이 신 씨에게는 과거 결혼식과 돌잔치에서 남았던 아쉬움을 달래는 기회였던 셈이다.
신 씨는 "남편이 개인택시 기사라 워낙에 바쁘다"며 "조만간 육지에 나가서 찍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고 했다. 남편 안순남(43) 씨도 "하루 중 가장 대목인 퇴근시간대 영업을 쪼개서 왔다"며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운행을 나가야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오늘은 의미 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이사장 한용외)이 마련한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 스튜디오는 울릉도 다문화가족 10가구 32명이 낸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가족끼리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포즈를 논하기도 했다. '표정이 너무 굳었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고,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재단은 2010년 8월부터 매달 두 차례씩 전국을 돌면서 다문화가족 6천여 가구의 사진을 찍어왔지만, 울릉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핀 출신 조비타 카나오(44) 씨는 시어머니 김순자(77) 씨·아들 허성만(7) 군과 함께 촬영장을 찾았다. 그는 "어제 급하게 일하러 육지로 떠난 남편을 빼고 다 왔다"며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행복해하는 어머님 표정을 보고 마음이 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외출했으니 맛있는 저녁도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서너 명으로 구성된 가족들 가운데 1인 가구도 눈에 띄었다.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선 필리핀 출신 50대 베르기니아 페레즈 벨다 씨는 한 이사장의 "긴장 풀고 편히 계시라"는 채근에 이내 활짝 웃었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게 취미지만, 모델이 된 것은 처음이라 어색했다고 한다.
이곳이 고향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으나, 2010년께 사별하고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작은 낙을 찾기 위해 오늘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남편은 일찍 떠났지만, 여기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그리 외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이 끝나서 가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액자에 담아 사진을 준다'고 하더라"며 "거실 한 가운데 걸어둘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가족사진 촬영은 '원스톱 서비스'다.
한 이사장이 사진을 찍고 나면, 조영욱 작가가 곧바로 보정 작업에 나선다.
이어 다른 스태프들이 즉석에서 컬러 프린터로 A3 사이즈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7년째 사진 촬영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조 작가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오다 보니 장비 세팅과 촬영, 보정, 현상, 액자 제작까지 빈틈없이 돌아간다"며 "완성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액자를 받아든 다문화가족들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넬 때마다 이 일 하길 잘했다 싶다"고 말했다.
울릉군가족센터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 사는 다문화가족은 21가구 65명이다.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센터 관계자는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성장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섬을 떠나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등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