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역점둔 인플레감축법 美의회 통과…미국산 전기차에 혜택(종합)

서명만 남아…기후변화·의료확충·적자 축소 등에 910조원 투입
전기차 확충·화석연료 축소 초점…대기업 증세 등으로 재원 충당
미국 하원은 12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730쪽에 달하는 이 법안을 찬성 220명, 반대 207명으로 가결처리했다.

민주당이 전원 찬성, 공화당은 전원 반대 표결을 했다.

이 법안은 이미 지난 7일 상원을 통과한 상태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거치면 공포돼 법률로 확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주 여름 휴가에서 복귀한 뒤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7천400억 달러(910조 원)의 지출 계획을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더나은 재건(BBB)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3조5천억 달러의 예산 투입을 목표로 했던 것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작년 1월 취임 초부터 기후변화와 의료 확충을 역점 국정과제로 추진한 바이든의 값진 입법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7천400억 달러 지출안은 크게 4천400억 달러의 정책 지출과 3천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 법안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3천750억 달러를 투입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중고차에 최대 4천 달러, 신차에 최대 7천500 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혜택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물론 ▲미국에서 조립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만 공제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등 미국 밖에서 전기차를 제조하는 자동차 회사가 세제 혜택을 요청하는가 하면, 미국 내 제조업체들도 요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법안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10년간 세액 공제를 해주고, 청정에너지 제조 기업에도 900억 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조항이 있다.

법안은 의료 분야에서 노인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제약 회사와 처방 약 가격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10년간 2천88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 미국인들의 의료보험 가입을 확대하도록 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제공한 보조금을 3년 연장하는 내용도 담았다.
예산 투입에 필요한 재원은 대기업 증세와 세무조사 강화를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연간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15%의 최저실효세율을 적용해 10년간 2천580억 달러의 법인세를 더 걷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에 대해 1%의 세율을 매겨 같은 기간 740억 달러의 세수 증대를 노렸다.

이와 함께 국세청의 세원 발굴을 비롯한 법 집행 강화 등에 800억 달러를 투입해 10년간 2천40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걷음으로써 1천240억 달러의 세수를 늘리도록 했다.

다만 예산 규모가 애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됨에 따라 유치원과 지역 전문대학 무료 교육, 유급 출산 휴가, 코로나19 때 시행된 자녀 세액공제 등은 포함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추진 정책을 담은 이 법안은 또 하나의 입법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 억제와 미국 내 제조 기반 확대를 목표로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지난 9일 서명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과 별개로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에 미국의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중점 정책으로 추진한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법에 서명해 이미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연합뉴스